“더 오르면 누가 책임지나” 요지부동
매각 땐 달러 가치 더 떨어질 수도
다 팔아도 재정엔 별 도움 안돼
국제 금값이 가파르게 올라 31.1g(1온스)당 1100달러 시대를 맞았지만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인 미국은 금을 내다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CNN머니가 최근 보도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선물 금값은 14일 현재 온스당 1116.1달러다. 올해 초와 비교해도 약 26%가 올랐고, 1년 전(약 740달러)보다는 50% 이상 뛰었다. 이러한 금값 폭등은 세계 각국의 ‘금 사재기’로 이어졌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이 금 400t 매각을 결정하자 곧바로 인도 중앙은행이 220t, 스리랑카가 5.3t을 사들였다. CNN머니는 “올해 2분기(4∼6월) 세계 중앙은행들은 12년 만에 금 순매수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미국의 금 보유량엔 역부족이다. 미 재무부는 모두 7414t의 금을 갖고 있다. 이는 나머지 세계 각국이 가진 보유량의 3분의 1 수준. 뉴욕 맨해튼 연방준비은행 수장고와 켄터키 주의 포트녹스의 금괴를 현 시세로 판다면 약 288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현찰을 거머쥘 수 있다.
먼저 금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1999∼2002년 재무장관 시절 정부가 보유한 금의 60%에 해당하는 400t을 팔아치웠다. 당시 매각 금액은 온스당 약 275달러. 10년만 참았다면 4배가량 받을 수 있었다. 경제학자 주디 셸턴 씨는 “올해 금을 팔았는데 내년에 온스당 2000달러로 오른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세계 정부가 금 모으기에 혈안인 상황에서 괜히 금을 풀었다간 미 국채의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해외 중앙은행들이 자산 보유 구성에서 금 비중을 높이면 미 국채 비중은 낮출 게 뻔하다. 국채를 해외에 팔아 경기부양자금을 조달하는 미국으로선 달가울 리가 없다.
셋째, 금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다. 금본위제도(Gold Standard)가 오래전 폐지됐어도 실물자산으로서의 위력은 여전하다. 괜히 금을 내다팔다가 안 그래도 심각한 달러 가치 하락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보유한 금을 다 팔아도 미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울 수 없다.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는 1조7000억 달러에 이르고, 최근 쏟아 부은 경기부양자금 규모는 7870억 달러다. 잘 받아야 3000억 달러인 금값은 적은 액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