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인선발, 성별 아닌 능력 잣대로 ▼
현대戰다변화 대비… 남성 복무단축 효과도
셋째, 현대 전쟁의 수행이 다변화되고 현역병 외에 보충역 등 그 역할이 다원화되었는데 군인을 선발할 때 육체적 강인성 하나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 이미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군인 선발은 성별이 아니라 개인별로 이루어지고 있다. 군인의 각 직무에 적합한 유능한 개인을 선발하는 것이 ‘최적의 전투력’에도 유익하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저출산 상황에서 여성은 모성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의 모성지원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모성과 여성의 군 참여는 별개의 의제라고 생각한다. 모성 역할 때문에 군대에 갈 필요가 없다는 논리는, ‘여성은 아이 낳고’ ‘남성은 군대 가라’는 구태의연한 성 역할론이자 성별에 따라 개인을 획일화하는 논리이다. 여성을 모성 역할에만 가둔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출산력이 올라갈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는 여성지원병제가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안은 여군의 직무이다. 군복무를 세분해 특정 복무의 적합성 여부를 성별 통념이 아닌 엄격한 기준 위에서 판단해야 한다. 여성지원병들이 단지 기술직(혹은 공익업무)에만 머문다면, 군대에서 여성은 주변적이고 장식적(裝飾的)인 지위만 갖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 군대는 육해공군에서 몇몇 병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병과에서 여군 활용의 원칙을 세우고 있다.
이외에도 여군 사병의 근무에 대비한 시설과 설비, 전체 군인에 대한 성인지 교육프로그램 마련, 복무기간과 급료, 인원 수 등도 주요 논의 사안이다. 요컨대 여성지원병제는 국방부 안에서 알아서 할 일이 아니라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들(군사전문가, 여성학자, 법률가, 여군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안이다.
▼ 여군 전용시설, 병영 역차별 우려 ▼
의무복무男가산점 대신 다른 보상 연구를
첫째, 제대군인의 가산점제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돼 병역의무를 이행한 남성들의 불만이 더 커졌다. 둘째, 최근 무기체계가 변화하면서 군복무 중 여성의 신체 조건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늘어났다. 셋째, 최근의 고령화 및 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남성만으로 병력 자원의 수요를 충당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의 여성지원병제 도입 방안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2020년의 제도 도입을 전제로 세우고 있는 계획의 적실성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비롯된다.
더욱이 여성지원병제를 도입할 경우 10년 후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그에 소요되는 예산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또한 일정한 병력을 여성지원병으로 충원할 경우에는 의무병인 남성과는 달리 직업군인으로서 상당한 급여를 보장해야 하며, 여성 병사를 위한 각종 시설을 마련하는 데도 신경 써야 한다. 그것은 남성 병사와 차별이 심각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여성 장교 및 부사관은 같은 계급의 남성처럼 직업군인으로서 활동했지만 여성 병사의 경우에는 의무 복무하는 남성 병사와 직접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차별의 문제는 매우 심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여성지원병제의 도입은 양성의 차별을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그 밖에 여성지원병제를 통해 복무기간의 단축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군의 전투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복무기간의 단축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여성지원병제 도입에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의 시점에서는 여성이 출산과 육아에 대해 일차적인 부담을 진다는 것을 전제로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되,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해서는 가산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라도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남북통일 이후에 남성들의 의무병제도를 지원병제도로 개편할 때 비로소 이러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