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7월 발표한 ‘2008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초중고교생의 독서율은 89.1%로 성인(72.2%)보다 높았다. 독서율은 ‘지난 1년간 한 권 이상의 일반 도서를 읽은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연간 독서량도 초중고교생이 28권으로 성인(11.9권)보다 배 이상 많았다. 특히 초등생의 독서량은 51.6권으로 성인의 4배 이상이었다. 성인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잘 안 읽지만 사실은 ‘독서 습관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어쨌거나 초등생의 독서량이 많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 초등생의 독서량은 아직도 저조한 편이다. 일본 초등생의 연간 독서량은 91권(2000년대 초 기준)이다. 공공도서관에 등록한 일본 초등생만도 399만 명이고, 1인 평균 연간 대출 도서가 35.9권(2007년 기준)이나 된다. 1997년 법으로 학교마다 사서(司書)교사를 두게 하고 등교 후 10분간 책을 읽게 하는 ‘아침 독서운동’이 초등학생의 독서열을 달구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13일자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우리도 2008년부터 사서교사 배치를 의무화했다. 일본보다 10년가량 늦었다. 그나마 1, 2급 자격증을 가진 정규 사서교사는 625명에 불과하다. 전국의 학교도서관이 1만1220개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 학교가 일반 교사를 사서교사로 지명하거나 학부모들을 명예 사서교사로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주려면 가능한 한 학교 도서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반드시 정규 사서교사가 아니더라도 전문성 높은 전담 사서교사를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침이나 방과 후에 책을 읽게 하는 독서운동이 올해부터는 거의 모든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다. 교과 연계 독서교육과 동아리 중심의 독서토론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들의 공공도서관 이용을 높이기 위해 전국의 600여 개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을 상호 연계시키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학교와 교육당국이 학생들의 독서열 제고에 발 벗고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정환경이다. 부모 모두가 ‘사서교사’라는 인식을 갖고 아이들의 독서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