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憲問(헌문)’의 이 章에서 공자는 말과 실천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도록 촉구했다. 其言은 여기서는 大言壯語(대언장어)를 뜻한다. 작은 강한 자극이 닿은 듯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말한다. 恥(치)는 부끄러움 때문에 귀부터 빨개지는 것, 慙(참)은 가책 때문에 마음이 베어지듯 하는 것으로, 서로 통한다. 也는 위의 구를 강조하는 뜻을 지닌 주격의 어조사다.
이 장은 ‘里人(이인)’에서 공자가 “옛 사람이 함부로 말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실행이 미치지 못할까 부끄러워해서였다”고 한 말과 表裏(표리)를 이룬다. 주자는 과장의 말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실행하려는 뜻이 없고 또 스스로의 능력을 헤아려보지도 않는 것이기에 실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여기서는 주자의 설을 따랐다.
하지만 한나라 때 馬融(마융)은, 안에 내실이 있으면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터인데 내실을 쌓아가는 자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주자는 則을 조건-결과의 접속사로 보았으나 마융은 주제화 어조사로 본 것이다. 정약용은 마융을 지지했다.
후한 때 皇甫規(황보규)는 환관들에게 아부하지 않아 무함을 받고 감옥에 갇혔다가 공경대부와 태학생 300명이 억울하다고 호소해서 풀려났다. 뒤에 환관들이 관료들을 黨人(당인)으로 몰아 해를 가한 黨錮(당고)의 화가 일어났을 때 연루되지 않자 부끄러워하여 자기도 黨人이니 처벌해 달라고 했다. 조정에서는 죄를 묻지 않았다. 역사가는 ‘논어’의 이 章을 인용한 후 ‘황보규의 말을 보면 마음속으로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옛 사람들은 말과 실천의 관계를 이토록 중시했거늘, 우리 시대에는 大言壯語나 하는 鐵面皮(철면피)가 너무 많은 듯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