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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따스한 모차르트, 장중한 브루크너

입력 | 2009-11-17 03:00:00


정명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 마스터피스 시리즈추위가 시작된 11월 중순 주말에 듣는 관현악 프로그램으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17번과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은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두 위대한 오스트리아인의 작품 중 앞의 곡은 초겨울 오후의 화창한 햇살이 창으로 비쳐 오듯 느긋하면서도 포근한 감성을 전해준다. 브루크너의 마지막 교향곡인 뒤의 곡은 거대한 산악에 안기는 듯한 장중함과 의지를 표현한 작품으로서 저무는 한 해를 마음속으로 정리하며 듣기에 알맞다. 두 곡은 13일 정명훈이 지휘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린 서울시향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연주회 프로그램이었다.

첫 곡인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17번은 프랑스의 신예 피아니스트 세드리크 티베르기앵이 협연했다. 그의 터치는 경묘했고 불필요한 강약대조나 남다른 분절법(프레이징)의 강조가 없었다. 이런 결의 연주는 허식이 없는 반면 재미가 적을 수 있지만 티베르기앵은 정확한 무게를 달아내는 장인적인 타건(打鍵)으로 귀에 짝 달라붙는 소릿결의 재미를 선사했다. 첫 두 악장은 마치 고악기(古樂器) 악단들의 음반처럼 느긋했다. 독주자의 명징한 터치가 생생한 감각으로 살아났고, 은은하게 퍼지는 현악 합주 위에 플루트를 비롯한 목관의 솔로가 환하게 피어나는 표정이 화사했다. 변주곡 형식을 띤 세 번째 악장에서 단조의 변주가 등장하면서 언뜻언뜻 현과 목관에 그늘이 지는 듯한 느낌은 없는 ‘도돌이표’를 만들어 다시 듣고 싶었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에 대해서는 연주 시작 전 작은 불안감이 있었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200∼800Hz대의 중고(中高)음역 성분이 강하게 들린다. 레퍼토리에 따라서는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숙연하고 짙은 결의 브루크너 교향곡에는 너무 밝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1악장 서주 부분부터 총주(總奏·Tutti)가 태산처럼 굳건한 밸런스와 육중한 질감으로 귀를 파고들었다. 절도를 지킨 금관과, 제몫을 다한 저음 현의 공헌이 컸다. 2악장 트리오(중간부) 마지막 부분에서 트롬본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3악장 마지막 화음에서도 호른과 바그너튜바에 흔들림이 있었음을 짓궂게 지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유럽 명문 악단들도 흔히 겪는 일이다.

이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3층 끝과 합창석까지 가득 찼다. 이경구 서울시향 홍보마케팅팀장은 “공연 일정이 1년 단위로 잡히다 보니 연말이 가까울수록 좌석이 더 찬다”면서도 서울시향의 고정 관객이 나날이 늘어나는 것에 흐뭇해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