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제' 디에고 마라도나(49). 그의 명성에 흠집이 가는 일이 또 발생했다.
마라도나는 16일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개월 자격정지와 약 2900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하는 징계를 받았다.
아르헨티나축구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그가 징계를 받은 이유는 기자회견장에서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
2008년 10월 아르헨티나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마라도나는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 1-6, 0-2로 완패를 당하는 등 그동안 졸전을 거듭해 언론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아온 터라 이날 간신히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쥔 뒤 화풀이를 한 것.
브라질의 펠레, 독일의 베켄바우어와 함께 '축구 황제'라는 타이틀이 붙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마라도나. 하지만 그는 그동안 '언론과의 전쟁'을 여러 차례 치러왔다.
자신을 과잉 취재하는 기자를 향해 총을 난사한 적도 있고 2005년에는 탑승구에 늦게 도착해 비행기에 탈 수 없게 되자 유리창을 깨며 난동을 부리다가 이를 취재하던 기자들과도 마찰을 빚었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며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고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이루며 빛을 발했으나 마약을 복용하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1991년 코카인 복용으로 15개월 간 선수 생활을 정지당했고 1994년 미국월드컵 때는 예선 경기 도중에 코카인 양성 반응에 걸려 퇴출당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마라도나지만 필자에게는 좋은 이미지만 남아 있다.
마라도나는 2002년 월드컵 유치전 때 한국의 든든한 응원군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에 비해 월드컵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은 펠레를 주축으로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의 지원을 받는 일본에 비해 열세에 있었다.
하지만 한국 유치위원회의 초청을 받은 마라도나는 1995년 9월 자신이 소속된 아르헨티나 프로축구팀인 보카 주니어스를 이끌고 한국에 와 경기를 하면서 한국의 유치 활동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1994년까지 한국은 월드컵에 4번이나 나갔지만 일본은 한번도 못나가지 않았느냐.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이 월드컵을 개최해야 한다"며 지지를 보냈다.
자격정지가 끝나는 내년 1월 15일 이후에 아르헨티나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에 와서 우리나라 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또 한번의 재기 무대로 삼아보면 어떨까.
권순일 | 동아일보 스포츠사업팀장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