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실탄사격장 화재 수사
“방화-실화가능성 모두 조사”
부산 중구 실내 실탄사격장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째를 맞은 17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반원이 화재 현장에서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정밀감식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화재사란 불에 타 죽는 소사(燒死)와 질식사를 포함하는 말인데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폭발로 소사했는지, 유독가스에 질식사한 뒤 시신이 탔는지가 확실하지 않을 때 사용한다. 경찰은 많은 연기를 내뿜는 화염물질이 내부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물질이 질식사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고 현장의 유독가스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날 사격장 업주 겸 건물주인 이모 씨(63)와 관리인 최모 씨(38)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위험한 물질을 사격장 내부에 뒀다고 의심되는 등 사격장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곧 두 사람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사법 처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검찰, 소방방재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전기안전공사, 화재감식 전문가와 함께 3차 감식을 벌여 화재 원인을 추측할 만한 단서를 찾고 있다. 경찰은 1, 2차 감식 때는 휴게실 쪽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으나 현재로서는 “‘펑’ 소리가 난 뒤 뜨거운 바람이 밀려왔다”는 일본인 생존자 등의 진술이 중요하다고 보고, 탄착 지점에 쌓인 화약가루에 불이 붙어 폭발했을 가능성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와 실화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으며 화인을 밝혀줄 증거가 조금씩 확보되고 있는 것 같다”며 “사망자의 DNA 감식 결과와 치아 기록을 대조한 뒤 18일 사망자 명단을 최종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사고 현장을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합동조사반의 현장감식이 늦어져 18일 유가족과 언론에 현장을 공개할 예정이다. 한일 두 나라의 민감한 외교사안인 만큼 빠른 수사와 정확한 화인 규명을 위해 수사본부장을 중부경찰서장에서 부산지방경찰청 차장으로 격상하고 수사 인력도 59명에서 81명으로 늘렸다.
이날 오전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화재로 숨진 사격장 종업원 심길성 씨(31)의 영결식이 희생자 가운데 처음 치러졌다. 어머니 남명엽 씨(55)는 “불쌍한 우리 아들, 엄마 한번 불러봐라”라고 오열하다 휠체어에서 정신을 잃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심 씨의 유족들은 “당국이 일본인들과 달리 내국인들한테는 무관심해 섭섭하다”고 말했다.
부상자를 치료 중인 하나병원은 이날 임재훈 씨(31), 가사하라 마사루, 나카오 가즈노부(中尾和信·37) 씨의 피부이식 수술을 했다. 병원 관계자는 “가사하라 씨는 상태가 좋지만 다른 사람들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