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희망의 씨앗, 애경복지재단
2000년부터 장학사업 시작
학생들 “커서 남 돕겠다” 편지
희망 씨앗 널리 퍼지길 기대
장영신 회장은 애경복지재단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다. 재단의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대부분 ‘나중에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다짐한다. 자신이 뿌린 희망의 씨앗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장 회장의 가장 큰 보람이다. 사진 제공 애경그룹
애경복지재단은 2000년 설립했다. 초창기에 큰아들(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맡았다가 2002년 내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금껏 일을 보고 있다. 내가 하는 가장 보람된 일 중 하나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장학증서 전달식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꼭 가는데 이야기를 나눠 보면 똑똑한 아이가 참 많다. 장학금을 지원받은 학생 중에는 대학에 들어간 학생도 꽤 있다. 2007년 가을, 울산에서 보내온 편지를 즐거운 마음으로 읽은 적이 있다. 의과대학에 다닌다는 대학생이었는데 편지와 함께 1학기 성적표를 같이 보내왔다. 7과목의 성적이 나와 있었는데 여섯 과목이 A+였고 나머지 한 과목은 A였다.
“안녕하십니까, 생면부지인 대학생입니다. 저는 애경복지재단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삼수 끝에 의과대학에 합격해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도 학자금 대출을 받으며 힘들게 학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제는 확실한 미래가 있기에 더는 불안하거나 두렵지 않습니다. 비록 이른 시일 안에 고마움을 갚지는 못하겠지만 훗날 저도 반드시 장학사업에 참여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겠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환경에 굴복하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로 인해 혜택을 못 봤을 다른 학생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또 충남의 고교 3학년 여학생에게서 온 알록달록한 꽃무늬 편지지에는 “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해 애경에서 주는 장학금을 내내 받아 온 학생입니다. 항상 감사편지를 쓰려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이제야 편지를 씁니다. 매달 들어오는 장학금으로 참고서와 문제집도 사고 기숙사비에도 보태가며 하고 싶은 공부를 정말 부족함 없이 할 수 있었어요. ‘나는 참 복 받은 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욱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했을 텐데 이렇게 좋은 대학에 합격해 너무 기뻐요. 저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될게요”라고 쓰여 있었다.
재단으로 날아드는 여러 학생의 편지에서 발견하는 공통점이 있다. 어른이 되면 자신도 꼭 남을 돕겠다는 대목이다. 내가 뿌린 씨앗이 다른 사람에게서 꽃을 피우고, 또 다른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대견하고 보람을 느낀다.
나는 애경복지재단의 지원 실적을 일부러 홍보하지 않는다. 복지사업은 작은 나눔의 차원이며 이를 기업 홍보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본말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