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수십 원과 등단 윤석중 황순원 서정주… 한국 문인의 산실로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안엇슴으로써 내가 나를 救(구)할 수 잇슴을 神(신)께 感謝(감사)한다.…나는 오즉 素直한 魂으로써, 더운 눈물과 쓰린 悲哀(비애)로써 ‘참’된 사람의 ‘삶’을 맛보려한다. 나는 샛빨간 赤魂(적혼)에서 빗나는 사랑, 눈물, 슬픔, 이것을 놋코는 살 수 업다. 나는 눈물로써 洗禮(세례)를 밧엇다. 나의 全體(전체)는 눈물이다.” ―동아일보 1923년 5월25일자에 실린 감상문(수필) ‘적혼(赤魂)’의 일부》
농촌계몽운동의 횃불을 일으킨 소설가 심훈. 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에 당선될 당시의 모습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곧 신인발굴을 위해 별도의 정기적 현상공모가 모색됐다. 1925년 1월 2일 발표된 신춘문예다. 문예계, 부인계, 소년계로 나눠 각각 소설과 시, 동화극 등을 모집했는데 동요(10원)를 제외한 종목별 1등 상금은 50원이었다.
결과적으로 대현상공모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신춘문예는 성공했다. 수십 편의 춘향전 개작 공모작 중에서 뚜렷한 작품이 없자 동아일보는 다음해 9월 24일 당선작이 없어 춘원 이광수에게 집필을 의뢰했음을 사고로 밝혔다. 이광수의 ‘일설 춘향전’은 9월 30일부터 1926년 1월 3일까지 연재됐다.
신춘문예 당선자 중에는 동요 ‘낮에 나온 반달’과 ‘퐁당퐁당’의 작사가 윤석중(동화극 가작)이 들어 있었다. 1933년 황순원(시)을, 1936년에는 서정주(시)와 김동리 정비석(소설)을 나란히 배출했다. 동아일보보다 3년 뒤인 1928년에는 조선일보가 신춘문예 공모를 시작했다. 광복 이후에도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조성기 한수산 이문열 송기원 안도현 씨 등을 배출하며 명실상부한 한국 문인의 산실이 됐다.
단기 현상공모가 큰 성과를 거둔 경우도 있었다. 1935년 500원의 상금을 건 ‘창간15주년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에 당선한 심훈의 ‘상록수’가 대표적이다. 이 소설은 9월 10일부터 1936년 2월 15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며 조선을 강타했던 농촌계몽운동의 횃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