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대학로서 ‘극장왕’ 다투는 손상원-고승길 대표
○ 소장 사업파 손상원 대표
아트원씨어터 등 5개관 운영
“지방과 네트워크 구축 계획”
○ 노장 학구파 고승길 대표
4번째 극장 ‘눈빛’ 최근 개관
“동양연극박물관 건립할 것”
○ “서울선 스태프, 지방선 배우 육성”
12월 초 개관할 아트원씨어터 3개관으로 대학로에 5개 공연장을 운영하게 된 손상원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극장이 대관뿐 아니라 직접 작품의 기획과 제작, 유통을 책임지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손 대표는 2007년부터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380석)과 2관(160석)을 운영해 왔다. 이제 극장 수가 다섯으로 늘었다. 배우로 출발해 공연기획자로 잔뼈가 굵은 그가 왜 극장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좋은 공연을 위해선 좋은 작품뿐 아니라 이를 유통하는 좋은 극장도 중요합니다. 경쟁력 있는 극장을 만들자는 것과, 임대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기획과 제작을 하는 극장을 만들자는 두 가지 생각으로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습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일찌감치 대학로에서 극장 공사 전문가로 통했다. 2002년부터 공사에 참여한 극장만 10곳, 조언을 해준 극장도 20여 곳에 이른다. 쌓고 짓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레고대장’이란 별명도 붙었다.
○ 중앙대 연극과 교수로 28년 재직
이달 초 개관한 ‘눈빛극장’으로 대학로 4개 공연장을 소유하게 된 고승길 미마지아트센터 대표는 “극장 운영을 통해 얻는 수익으로 내년 3월 개관할 ‘동양연극박물관’의 운영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그는 지난해 9월에도 동숭동 아르코미술관 뒷골목 396m²(약 120평) 터에 지상 5층, 지하 1층의 건물을 인수해 행복한극장(150석), 풀빛극장(120석), 오아시스극장(150석) 등 3개 극장 운영에 들어갔다. 눈빛극장은 그의 4번째 극장이다. 미마지아트센터는 4개 극장을 묶은 이름. 미마지(味摩之)는 612년 일본에 음악극을 전수한 백제인으로, 역사서에 기록된 한국 최초의 연극인이다.
중앙대 연극과 교수로 28년간 지내다 올해 2월 정년퇴직한 고 대표의 최종 목표는 대학로 유일의 연극박물관이자 세계 최초가 될 ‘동양연극박물관’(내년 3월 개관 예정)을 건립하는 것.
그 터를 찾다가 대학로 2개 터의 건물을 인수하게 됐고, 동숭동 건물 2, 4, 5층에 박물관을 건립하면서 ‘운영자금도 확보하고 연극인들에게 좋은 무대도 제공하자’는 생각에서 극장 운영에 나서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고 대표도 중앙대 대학극장 개보수와 안성캠퍼스 소극장 건축에 참여하면서 극장 건립 경험을 축적했다.
두 연극 극장왕의 목표는 다르지만 바탕에는 연극에 대한 똑같은 열정이 뜨겁게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극장 지어본 사람만 그 어려움을 안다”면서 조명과 음향시설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바빴다. 이들은 최근 공연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좋은 극장이 좋은 관객을 끌어 모을 것”이라는 신념을 나누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