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마음으로 떠난 해외여행 길에 어이없는 참변을 당한 가족을 시신(屍身)으로 만나야 하는 유족의 슬픔과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사고 다음 날인 15일 한국에 온 일본인 유족은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면서 슬픔을 속으로 삼켰다. 핏발 선 눈으로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사후 수습에 대한 요구는 부산 주재 일본영사관을 통해 한국의 관계당국에 전달됐다. 유족이 눈물로 호소하는 기자회견 같은 것은 없었다.
▷일본인 유족의 절제된 애도는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일본식 장례 문화와 관련이 깊다. 일본 언론도 국내외에서 자국민이 목숨을 잃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내용과 원인을 충실히 전달한다. 하지만 주관적 판단으로 독자나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거나 갈등을 부추기진 않는다. 하물며 특정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선동적 보도는 금기로 여겨진다. 유족이 시신을 볼모로 극한투쟁을 벌이는 일도 없다. 나라마다 문화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차분함 속에서 ‘망자(亡者)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일본의 장례 문화는 원활한 사후수습책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