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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자들은]떠도는 뭉칫돈 645조원 3개월내로 짧게 굴린다

입력 | 2009-11-20 03:00:00


원금보장 ELD에 투자 몰려
저평가된 강북 부동산에도 눈길

최근 들어 시중에 단기 부동자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혼란 속에서 급격하게 증가했던 부동자금은 점차 시장이 안정되면서 투자처를 찾아 감소했다. 최근 들어 부동자금이 다시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자산가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늘어나는 단기자금

코스피가 1,700을 넘은 뒤 다시 박스권의 지지부진한 옆걸음을 하고 또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들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 부동산 시장마저 강화된 규제로 거래가 줄어들면서 시중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성 자금으로 떠돌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기준 시중 단기자금은 약 645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9월(557조9000억 원)보다 87조6000억 원이 증가했다. 지난 1년간 증권사 고객예탁금의 증가분 4조 원을 합산하면 시중 단기자금 전체 증가분은 90조 원을 넘는다. 단기자금은 현금, 요구불예금, 저축성예금 외에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매출어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단기 금전신탁 등을 합산한 수치다. 넘치는 부동자금이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듯 자산가들도 은행 예금이나 만기가 3개월 이내로 짧은 단기 금융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 안정성 강화된 ELD

올 하반기 자산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상품 중 하나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이었다. 작년 하반기 가입했던 ELD 상품이 10% 이상 고수익을 달성하면서 현재의 불안한 장세에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자산가들이 이 상품에 거액을 넣고 있다.

ELD의 장점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이 보장된다는 것.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은 적절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반면 ELD는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유형별 수익구조가 다양해 꼼꼼하게 내용을 파악한 뒤 투자하는 자산가들이 대부분이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수익이 확정되는 ‘녹아웃’ 구조를 선호하는 편이다.

○ 다시 뜨는 강북

부동산 시장에서 지금껏 소외받았던 강북지역의 부동산이 최근 자산가들의 관심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상담했던 부동산 투자의 상당 부분은 강북이었다. 자산가들은 시류의 큰 흐름에 주목한다. 실제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주요 대도시 내 슬럼지역이 지금은 화려한 중심지로 변모된 것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그러한 변화가 서울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단기간으로 보면 아직도 누구나 선호하는 강남의 메리트가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저평가돼 있는 강북이 매력적이다. 노후화된 강북지역 전체에 대한 재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주식에서도 저평가 종목을 사서 보유하는 것처럼 부동산도 핫이슈가 되는 대형 분양상가보다는 흙 속의 진주를 캐듯이 강북의 오래된 주택이나 상가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자산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박동규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PB팀장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