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엔 개명(改名) 신청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새해를 새 이름으로 산뜻하게 출발하기 위해서라는데요. 개명 바람은 펀드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새 이름 효과가 있는지 이름을 바꾸고 잘 안되는 펀드보다는 펄펄 나는 펀드가 많습니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스트라이크펀드’는 8월 26일 이름을 바꾼 지 두 달 반 만에 9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 모으며 설정액 1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 펀드의 예전 이름은 ‘삼성밀레니엄드래곤승천펀드’. 2000년 선보인 이 펀드는 수익률이 좋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진 못했습니다. 2000년 당시만 해도 ‘밀레니엄’ 단어를 펀드에 붙이는 게 유행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촌스러운 느낌을 주게 됐고, ‘드래곤’이란 단어에서 중국 펀드를 떠올리는 투자자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입니다.
한국투신운용의 ‘한국네비게이터주식펀드’도 이름을 바꾼 뒤 더욱 잘나가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 방향을 잃었을 때 나침반을 보듯이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 싶을 때 찾는 펀드라는 뜻이랍니다. 이 펀드의 원래 이름은 ‘한국부자아빠성장주식펀드’. 이 펀드도 수익률은 좋았지만 이름이 평범해서인지 투자자들로부터 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름을 바꾸면서 돈이 모이고 수익률도 좋아져 지금은 한국투신운용의 베스트셀러 펀드 중 하나가 됐습니다.
신수정 경제부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