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베드신 ‘성인식’ 같은것…느낌? 그저 웃음만영화선 손예진·드라마선 한예슬과 호흡…난 행운아
고수는 마치 성인식을 치르듯 영화 ‘백야행’을 통해 반듯한 이미지의 ‘청춘스타’ 이미지와 작별을 고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4년. 그 사이 그는 예비역이 됐고, 석사 배우 대열에 들어섰다. 그리고 나이 역시 어느덧 30대가 됐다. 고수는 1000일을 훌쩍 넘는 오랜 시간이 이렇듯 단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단 게 “당혹스럽다”고 했다. 배우인 그에게는 출연작이란 약력 또한 자신의 연대기에 추가된다. 4년여의 공백기를 거쳐 복귀작으로 내놓은 것은 영화 ‘백야행’(감독 박신우). 활동 재개란 의미 외에 이 영화는 과거의 고수와 현재의 고수를 구분 짓는 전환점으로 관객들에게 기억될 듯 하다.
애정신이나 이에 수반되는 신체 노출 등 외연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고수의 변화를 쉽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것은 반듯한 이미지의 청춘스타가 자신의 과거와 작별을 고하는 ‘성인식’과도 같았다.
때문에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극중 상대역인 손예진의 베드신만큼이나 그의 몸 연기가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수는 그저 쑥스러운 미소만 머금었다.
세련 혹은 노련해졌다고도 볼 수 있는 직업관의 변화도 느껴졌다. ‘백야행’의 요한이란 역할은 이를테면 달라진 고수의 첫 실험 대상이었다. 영화에서는 공교롭게도 요한의 혈액형이 자주 언급된다. 고수의 실제 혈액형은 A형, 극중 요한은 AB형이다. 그 또한 맹신하진 않지만, 혈액형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성정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듯했다.
“피를 바꾸는 작업과도 같았지요. 배우 고수 속에 있는 어느 한 부분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닌, 전혀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도전한 첫 인물이 ‘백야행’의 요한이고요.”
스릴러를 가장(?)한 멜로물이란 ‘백야행’의 독특한 형식을 따라 고수 또한 영화 속에서 상대역 손예진과 남다른 사랑을 한다. 다가서고 싶지만 다가설 수 없는 괴이한 연인들. 이를 두고 그는 “원거리 연애”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선한 경험이었죠. 멜로 연기를 하며 이렇듯 상대역과 마주쳐 본 적 없기는 처음이었어요. 언제 또 이렇듯 흔치 않은 기회를 맞게 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진심을 이야기하고 싶은” 배우. 고수는 복귀에 임하는 각오이자 앞으로 자신이 걸어갈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짜 연기 복귀작은 사실 크게 드러나질 않았을 뿐, 지난 해 대학로에서 상연됐던 연극”이었다는 말로 그는 또래의 스타와는 분명히 다른 색깔을 내비쳤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