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는 왜 이범호를 선택했나
안정된 수비 핫코너 적임자…클러치히터·장타능력 매력
日 빅3 IT그룹 소프트뱅크 한국에 브랜드 홍보 ‘윈윈 카드’
스토브리그의 최대 관심사였던 FA 이범호의 최종 종착지는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였다.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추파를 던져왔던 롯데가 일단 관망할 정도로, 원 소속구단 한화가 50억원 안팎의 풀베팅을 했어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이범호의 일본 진출 의지는 강렬했다. 그리고 퍼시픽리그의 부자구단 소프트뱅크가 이범호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액수와 계약기간을 제시하자 상황은 일사천리로 정리됐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에 가능했을 전격 입단. 시운(時運)마저 도왔기에 이뤄진 이범호의 꿈이다.
○미시적으로
무엇보다 소프트뱅크는 ‘똘똘한’ 3루수를 필요로 했다. 터줏대감 고쿠보는 무릎이 아파 3루에서 1루로 전향했다. 그 자리를 모리모토와 마쓰다가 메웠다. 그러나 모리모토는 95경기에 타율 0.256, 0홈런, 20타점, 3실책이었다. 마쓰다는 46경기에 타율 0.281, 8홈런, 24타점, 5실책이었다. 게다가 두 선수 공히 볼넷에 비해 삼진이 많았다.
이범호가 한국에서 쌓아온 평균성적만 내줘도 홈런, 타점은 차원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쇼케이스가 됐는데 안정된 수비는 물론 홈런 등 장타력과 결승전 9회 투아웃 일본 최고의 투수라는 다르빗슈를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뽑아낸 클러치히팅 능력까지 두루 인상을 각인시켰다.
소프트뱅크는 2009년 투수력에 비해 타력이 처지는 데이터를 보였다. 팀 타율(0.263), 득점(600점) 4위였다. 도루 1위에 비해 묵직한 힘이 떨어졌는데 이범호의 가세로 마쓰나카, 다노우에, 고쿠보, 다무라와 더불어 파워를 보탤 수 있다.
○거시적으로
김태균을 영입한 지바롯데에 신동빈 구단주가 있다면, 이범호의 소프트뱅크엔 역시 한국계 사업가 손정의 구단주가 있다. 손 구단주는 2009년 일본 포브스 집계 재산랭킹 5위(39억달러)의 갑부다. 일본 통신업계의 강자로서 손 구단주는 한국과 중국시장 진출까지 시야에 넣고 있다. 이범호 영입으로 소프트뱅크라는 브랜드는 한국 언론에 자주 언급될 테고, 인지도 상승은 부수효과다.
소프트뱅크는 2004년 겨울 유통업을 모기업으로 둔 다이에를 인수해 야구에 참여했다. 한편으론 긴테쓰-오릭스 합병 여파로 신생구단 창단이 필요해지자 라쿠텐과 라이브도어가 움직였고, 최종 승자는 라쿠텐이었다.
일본 IT기업의 빅3가 야구단 소유경쟁에 전부 뛰어든 것이다. 일본 재계 판도 변화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