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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로 한국 미워하진 말아주세요”

입력 | 2009-11-20 03:00:00


“가족 잃은 슬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사격장 화재 한국인 유족들 공항서 日 유가족 위로 전송

19일 오후 5시 김해공항 국제선 귀빈실. 부산 사격장 화재로 가족을 잃은 일본인 유족 30여 명에게로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다가갔다. 사망한 관광가이드 문민자 씨(66)와 사격장 종업원 심길성 씨(42), 하나병원에서 치료 중인 임재훈 씨(32)의 가족들이었다.

이들은 “떠나시기 전 인사를 드리려고 왔다. 일본에서 장례를 잘 치르시기를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화재로 숨지거나 다친 한국인도 일본을 사랑하고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한 분들”이라며 “이번 일로 한국에 대한 오해를 푸시고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일본 유족들은 “한국 유족들의 아픔도 크실 텐데 직접 나와 줘서 감사드린다”며 함께 슬픔을 나눴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공항으로 나와 위로를 전했다. 부산시 공무원 3명은 일본까지 동승해 배웅했다. 이에 앞서 오후 2시 50분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에서 김해공항으로 향하기 전 시신을 실은 운구차 7대는 애도의 뜻으로 동시에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오후 5시 50분경 일본인 관광객 시신 7구는 항공편으로 일본 후쿠오카(福岡) 공항으로 떠났다. 9년 전부터 부은 적금으로 생애 첫 해외 나들이에 나섰던 중학교 동창 5명과 50대 동료 2명은 사고 발생 엿새 만에 싸늘한 주검이 돼 고향으로 돌아갔다.

한편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번 화재의 첫 발화원인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이 분석 중인 발화 원인은 사격 과정에서 총구에서 발생한 스파크(불꽃), 전기 합선, 사격장 표적 이동용 모터 과열, 담뱃불 등이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