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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청소년 스스로 고소 취하 가능”

입력 | 2009-11-20 03:00:00


대법 “부모 동의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성폭력 피해 청소년이 부모 동의 없이도 가해자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9일 중학생 A 양(14)과 초등학생 B 양(12)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최모 씨(19) 등 4명에 대해 B 양을 성폭행한 혐의만 인정해 집행유예부터 징역 4년까지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또 “이들을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A 양의 뜻에 따라 A 양을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항소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의사 능력이 있다면 소송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하는 만큼 단독으로 피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표시할 수 있다”며 “이때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영란 대법관은 “피해자의 의사 능력이 불완전해 법정대리인의 동의로 보완돼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최 씨 등 4명은 2008년 6∼8월 최 씨 자취방에서 A 양과 B 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재판 시작 후 A 양과 직접 합의했다.

이에 앞서 1심은 “A 양의 고소 취하 의사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최 씨 등이 A 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선 “A 양에게 충분한 의사능력이 있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현행 ‘청소년 성 보호법’에 따르면 성인에 대한 성폭행과 달리 청소년에 대한 성폭행은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아 검사가 피해자들의 고소 없이도 가해자를 법정에 세울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공소가 기각돼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