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모 동의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성폭력 피해 청소년이 부모 동의 없이도 가해자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9일 중학생 A 양(14)과 초등학생 B 양(12)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최모 씨(19) 등 4명에 대해 B 양을 성폭행한 혐의만 인정해 집행유예부터 징역 4년까지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또 “이들을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A 양의 뜻에 따라 A 양을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항소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의사 능력이 있다면 소송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하는 만큼 단독으로 피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표시할 수 있다”며 “이때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영란 대법관은 “피해자의 의사 능력이 불완전해 법정대리인의 동의로 보완돼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앞서 1심은 “A 양의 고소 취하 의사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최 씨 등이 A 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선 “A 양에게 충분한 의사능력이 있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현행 ‘청소년 성 보호법’에 따르면 성인에 대한 성폭행과 달리 청소년에 대한 성폭행은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아 검사가 피해자들의 고소 없이도 가해자를 법정에 세울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공소가 기각돼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