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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 제품이 美 경제 좌우? 착각 마세요

입력 | 2009-11-21 03:00:00

美 외교관계협, 미-중 경제관계 ‘4가지 미신’ 불식 촉구




“중국은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이란 강력한 무기로 반덤핑 관세 등 미국의 압박에 맞대응하고 있다.” “중국이 수출한 온갖 값싼 제품이 미 소비경제를 쥐고 흔들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10일)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난달 4일)가 각각 보도한 내용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미국 싱크탱크 외교관계협의회(CFR)가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에서 실제 현실과는 다른 오해들이 ‘미신(myth)’처럼 번져 있다”면서 “특히 대표적 미신 4가지는 언론은 물론 경제 전문가도 ‘사실(fact)’로 착각하곤 한다.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4가지 미신은 다음과 같다.

① 미국은 중국 저가제품 의존도가 너무 크다.

절대 아니다. 물론 미국 전체 수입의 약 15%가 중국에서 건너온다. 의류나 직물, 장난감 등은 대부분 ‘메이드 인 차이나’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에 의존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중국 제품은 싸지만 최근엔 다른 나라 제품도 싼 게 나와 매력이 줄었다. 미국이 수입원을 다른 나라로 바꿔도 큰 무리가 없단 뜻이다. 오히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미국 경제 의존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② 중국이 미국의 주요 채권국이라 워싱턴이 행하는 중국 정책에 제한을 준다.

중국이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건 맞다. 중국은 현재 2조273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약 70%를 미 국채 등 달러화 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하면 급격하게 달러화 가치도 떨어질 것이란 예상은 근거가 희박하다. 국제시장에서 미 국채의 인기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이 미 국채를 내다팔 가능성도 희박하다.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한 요구에 맞대응할 카드를 버릴 까닭이 없다. 또 일부 국채를 팔았다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최대 달러 보유국인 중국의 손해가 제일 크다.

③ 중국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

중국 당국이 자주 이용하는 논리다. 하지만 외부의 요구가 중국 경제에 인센티브로 작용해 왔음을 알아야 한다. 위안화 평가절상이나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는 그간 중국에 대한 해외 투자를 늘리는 등 중국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중국 위정자들은 이런 국제 상황을 즐기고 있을 수도 있다.

④ 중국 경제의 불안정은 중국은 물론 세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반쯤 맞다. 불안정은 부정적인 효과뿐 아니라 긍정적인 효과를 낼 때도 많다. 여기에 불안정은 급격히 경제가 도약하는 나라라면 모두 거치는 과정이다.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중국도 경제체제가 고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 다른 나라 입장에서도 중국 경제 불안정에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 경제란 생물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