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의 낭만은 옛 이야기가 된 것 같다. 겨울철 난롯가에 앉아 얘기꽃을 피우면서 시즌이 끝난 아쉬움을 달래던 옛날과 달리 이젠 대형 트레이드, 스카우트 등 돈에 관련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프로시대를 실감케 한다.
금년 최하위 성적으로 국민감독까지 자리를 물러난 한화가 국내 최고의 우타자 중 1명인 김태균과 국가대표 3루수인 이범호를 일본에 빼앗기고(?) 말았다. 거액 베팅을 했지만 시장규모가 큰 일본행을 원하는 선수들의 욕구와 의지를 꺾기엔 국내시장의 열세적 환경 한계를 절감한 채 한화구단은 악몽 같은 1주일을 보냈다. 이미 국내 스타들이 일본행을 선택한지 오래되었으나 우리 선수들이 국내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인식이 보편화되기 전엔 일본행 러시는 계속될 수 있다.
선수들이 더 큰 무대, 더 좋은 환경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고 한편으론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국내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와 평가절하로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야구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최우선 해결책은 국내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KBO, 구단이 장기적으로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만족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 미국과의 교류가 잦은 프로야구의 경우 국내선수들이 느끼는 박탈감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원정팀 라커룸도 없는 열악한 환경, FA가 되기까지의 연봉인상폭 문제,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언론의 관심집중 등은 명예에 큰 비중을 두는 스타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민감한 사안이다. 국내 프로야구 중계권엔 저가, 일본 프로야구 중계권엔 고가로 계약되는 문제도 이제 고려대상이 되어야 할 사항이다.
우리 프로야구는 남미의 약소국들이 MLB의 젖줄 노릇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일본이 조지마의 귀국으로 반갑고 좋은 뉴스가 스토브리그 스타트를 끊은 반면 김태균, 이범호의 일본 진출로 한화의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것을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우리의 시장규모를 키우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 이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