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통해선 당국간 대화 제의… 매체 통해선 對南비난 공세
北 ‘강온 양면작전’ 구사에 南, 보즈워스 방북후 대응할듯
북한 당국이 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시한 대남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민간 라인을 통해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하는 한편 각종 매체를 동원해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 ‘양면작전’을 벌이고 있다.
○ “금강산 피격 현장 방문 협의” 제의
이종혁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18일 금강산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하면서 남한 당국자들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현장 방문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매체 통해 남한 통일부 잇단 비난
북한 노동당 산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온라인 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10일 통일부의 옥수수 1만 t 제의를 “속통 좁은 처사”라고 비난한 이후 이 매체와 노동신문 등의 대남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1일 “남조선 반통일 세력들은 북남관계 개선에 제동을 거는 시대착오적인 망동을 부리고 있다. 현인택을 우두머리로 하는 남조선 통일부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은 온 민족의 치솟는 격분을 자아내고 있다”며 현 장관과 통일부를 실명으로 비난했다.
이 같은 대남 비방은 △금강산 및 개성관광 불허 △일부 민간단체의 방북 불허 △대청해전 발발 △국방부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및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 수립 외에, 통일부가 △대북 옥수수를 겨우 1만 t 제공하겠다고 하고 △2010년 통일부 예산 증가분을 남북협력기금이 아닌 통일 교육 등 내부 통일역량 강화에 배정한 것 등과 관련 있어 보인다.
○ 다급한 북측, 느긋한 남측
그러나 정부는 급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이종혁 부위원장의 제의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정부 간 채널을 통하지 않고 민간을 통해 제의한 것”이라고 일축하며 “현대 측의 보고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정부는 내달 8일로 예정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결과 등을 지켜본 뒤 대북 정책 기조 변화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