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식 수학 수업 잘하는 3가지 비법
《“앞마당에 강아지와 닭이 모두 10마리 있는데, 다리 수만 세어 보니 모두 28개였어. 그렇다면 강아지와 닭은 각각 몇 마리일까?”(선생님)
“강아지 1마리와 닭 9마리, 강아지 2마리와 닭 8마리 식으로 모두 10마리를 만든 다음 각각의 다리 수를 세어 봐요. 다리 수가 28개가 될 때는 강아지 4마리, 닭 6마리일 때에요.”(A 학생)
“지금 말한 문장을 표로 만들면 문제를 더 쉽게 풀 수 있겠구나.”(선생님)
“전 강아지와 닭이 쌍을 맞춰 줄을 서있다고 상상했어요. 강아지 5마리, 닭 5마리의 다리 수를 모두 합하면 30개예요. 총 다리 수는 28이 돼야 하니까 다섯 쌍 중 한 쌍만 강아지를 닭으로 바꿨어요. 어때요? 이 방법이 가장 간단하죠?”(C 학생)
“강아지를 x로, 닭은 y로 바꿔 식을 세워보면 어떨까? ‘x+y=10’ ‘2x+4y=28’이 되겠지? 이게 바로 중학교 2학년 때 배우는 연립방정식이란다.”(선생님)》
이 수업의 주인공은 바로 수학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학생들. 수학강사는 학생들 곁에 서서 학생들의 사고를 자극하는 ‘도우미’ 역할을 할 뿐 “정답은 ○○다”라고 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선생님의 설명을 들은 뒤 문제풀이로 들어가는 수업과는 사뭇 다른 풍경.
최근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 사이에선 ‘토론식 수학수업’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프, 기호, 표 같은 수학적 언어를 이용해 문제에 적용된 개념과 답을 도출하게 된 과정을 정확히 설명하다 보면 개념과 원리가 자연스레 체화(體化)되는 효과 때문이다. 또 친구들과 풀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 더 빠르고 효과적인 풀이법이나 다양한 접근법을 익힐 수 있어 창의력과 사고력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7차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바뀐 초등학교 1, 2학년,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토론하기’ ‘생각 표현하기’ 같은 학습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학교 수학시험에도 학생의 의사소통능력과 표현력을 평가하는 ‘문장형 문제’와 ‘서술형 문제’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영재교육원의 영재성 검사와 과학고 등의 심층면접에서도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이용해 자기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합격이 불가능하다. 학생들에겐 수학실력을 쌓는 것만큼이나 숫자, 기호, 공식을 이용해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키우는 건 중요한 과제다.
그렇다면 수학실력은 물론이고 표현력,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수학토론’은 어떻게 하는 걸까?
수학토론을 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바탕이 돼야 한다. 먼저 개념과 용어를 정확히 이해한 뒤(철저한 예습), 논리적인 오류 없이 문제를 풀고(스스로 문제를 푸는 훈련), 이를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발표 연습)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 주제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논리로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찌르는 일반적 토론과 동일한 원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수학토론을 하려면 개념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먼저 교과서, 문제집에 있는 개념설명을 꼼꼼히 읽는다. 그런 다음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개념을 적용해보며 개념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힌다. 이땐 풀이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여기까지가 토론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과정. 그 다음은 실전대비다. 응용문제를 풀면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문제풀이에 적용되는 개념의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한다. 혼자 풀이과정을 큰 소리로 설명하면서 막히는 부분은 없는지, 풀이과정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한다. 해답지에 나온 풀이법을 참고해 다른 풀이법이 없는지 생각해 보는 노력도 필수다.
친구들 앞에서 자신 있게 자기의 풀이법을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다른 친구의 풀이법을 경청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친구의 풀이법이 자기 것과 어떻게 다른지, 잘못 이해한 부분은 없는지를 비교하면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까지 스스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에 내포된 조건들을 서로 다르게 조합해보면서 다른 풀이법이 없는지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풀이법을 모색하는 과정도 토론수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 수업이 끝나면 자기가 풀었던 문제와 친구의 풀이법을 노트에 정리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수학토론을 한 서울중평초등학교 6학년 김조현 양은 “토론을 하면 교과서, 문제집이 가르쳐 주지 않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면서 “새로운 풀이법을 발견할 때마다 수학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과목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수학토론, 이렇게 시작하라
수학토론은 어렵지 않다. 추상적인 수학개념을 익숙한 기호, 숫자, 우리말로 바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도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주제로 수학토론을 하면 흥미롭게 수학을 익힐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집 전화번호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수’ ‘학교에서 병원까지 갈 수 있는 방법 찾기’를 토론주제 삼아 아이디어를 내보자.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라면 ‘학교 건물의 높이를 젤 수 있는 여러 방법 찾기’ ‘음료수 캔이 정사각형, 직사각형이 아닌 원기둥 모양인 이유 설명하기’처럼 수학적 개념을 활용해 방법과 이유를 생각하는 토론 주제가 적당하다.
토론 후 풀이과정이나 근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문장형 문제나 서술형 문제에 대한 적응력도 쌓을 수 있다.
우종선 뉴스터디 사업본부장은 “수학도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하나의 언어”라면서 “대화(풀이법)를 통해 여러 방법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토론은 학습효과가 높은 일종의 ‘체험학습’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