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종말론을 배경으로 한 영화 ‘2012’의 스틸컷. 대지진으로 무너지는 미국 LA 도심. 출처·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Q: 엄마, 영화에서처럼 지구가 정말 멸망해요? 태양이 대폭발을 일으키면 중성미자가 지구로 쏟아져서 지구내부의 핵과 맨틀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고 하던데, 그게 영화대사처럼 '전자레인지가 음식물을 익히는 원리'랑 왜 똑같은 거예요?
A: 음. 우선 전자레인지의 원리를 알아볼까? 전자레인지는 전자기파인 마이크로파를 음식에다 쏴. 그럼 음식 속 수분과 지방이 이 마이크로파를 흡수해서 뜨거워지고, 이 열이 전달되면서 음식물이 익는 거야. 음식 표면을 데우는 게 아니라 음식을 안에서부터 익도록 만들지. 영화에서처럼 '중성미자'라는 건 실제로 존재해. 중성미자는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야. 전자레인지처럼 지구내부가 달아오르려면 지구 내부물질이 이 중성미자를 흡수해서 뜨거워져야 되잖아? 근데 중성미자는 '반응성'이 매우 낮아. 다시 말해 우리 몸과 지구내부가 중성미자를 만나도 거의 반응하지 않는단 뜻이지. 그러니 지구내부가 끓어오를 일은 절대 없겠지? 수능이 연기될 일은 없어! 공부해.
A: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지엽적인 데 관심이 많구나. 영화에는 중국 티베트고원 근처가 배의 기지로 나오지? 평균 해발고도가 4500m나 되는 티베트고원은 대홍수에 가장 마지막까지 버틸만한 장소니까 그렇게 설정뢨겠지. 엄마는 또 다른 생각도 해봤는데…. 요즘 한국 전자제품도 중국에서 많이 생산하잖아? 중국의 노동력이 값싸니까 원가절감을 위해 그러는 거지. 마찬가지로, 10만 명이 타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배를 2년 사이에 네 척이나 만들려면? 뭐든 뚝딱뚝딱 빨리 만들어내는 중국의 신비로운 제조속도와 함께 원가절감이 필요하지 않겠니? 그러니까 미국이 중국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 생산을 요청했을 수 있지. 다만 '메이드 인 차이나' 잠수함이라 퀄리티(품질)는 보장 안 될 수도 있어.

잭슨 커티스(존 쿠삭)는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노아의 방주'격인 도피선이 있는 중국으로 간다.
Q: 엄마, 영화에 보면 주인공인 소설가 잭슨(존 큐잭)이 이혼한 뒤 아들 딸과 떨어져 살잖아요? 잭슨이 소설 쓰느라 가족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이혼당한 거죠. 근데 지구재앙이 찾아오니까 잭슨이 전 아내와 자녀를 찾아와 데리고 떠나면서 가까스로 살아남아요. 정말 궁금해요. 이혼한 아내가 새로 만나서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새 애인(성형외과의사)은 참 가정적이잖아요? 게다가 그 남자가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어서 주인공 일행이 탈출에 성공하는 것이고요. 근데 왜, 아무 죄 없는 새 애인은 희생되고 아내는 주인공과 재결합하는 거죠?
A: 할리우드 오락영화는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fantasy)', 즉 '환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해야 영화를 보는 순간만이라도 관객이 각박한 현실을 잊고 꿈속에 빠져 흐뭇해할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생각해봐. 미국이야말로 이혼이 빈번한 나라잖아? 이혼이 늘수록 미국관객들은 오히려 '영원한 사랑'을 더 이상적으로 생각하면서 꿈꾸게 돼. 현실에선 그런 사랑이 점점 사라져가니까…. 그래서 이혼한 남편이 과오를 뉘우치고 아내, 자식들과 재결합하는 결말이 미국관객이 볼 땐 훨씬 감동적이지. 근데 아내의 애인이 끝까지 살아남으면 삼각관계가 돼 복잡해질 거 아니야? 그러니까 애인은 장렬히 죽는 걸로 '교통정리'하는 거야.
호기심 많은 자녀의 질문은 끝이 없다. 아이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엄마, 근데 왜 이 영화에서 박애정신을 보여주는 훌륭한 인물들은 전부다 흑인이야? 왜 백인들은 이기적으로 그려져?" 엄마인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