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최하위 워싱턴 내셔널스는 마이크 릿조 단장의 보좌역(senior advisor)으로 전 LA 다저스 감독을 지낸 데이비 존슨(66)을 임명했다. 국내 프로야구로 치면 고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사장 혹은 구단주 고문제도는 별로 없어도 단장 고문은 많다. 단장의 권한이 크고 선수단 운영이 워낙 광범위하기에 이 제도를 거의 모든 구단들이 운영하고 있다.
존슨 전 감독의 보좌역 임명을 보면서 올시즌을 마치고 한화 이글스 감독직에서 물러나 고문이 된 김인식 감독(62)과 비교가 됐다. 현역 감독의 옷을 벗고 이제는 뒷전으로 물러난 두 전직 감독의 역할 때문이었다.
두 감독은 지난 3월 미국에서 벌어진 제2회 WBC 대회 때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패해 두 감독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고, 존슨은 전임감독제를 운영하는 미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존슨 감독은 WBC가 첫번째 대회였지만 2005년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미국 대표팀의 사령탑을 역임한 바 있다. 베이징에서는 3∼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존슨은 1986년 뉴욕 메츠를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 놓았고, 가는 팀마다 좋은 성적으로 미국내에서는 실력을 인정받는 지도자다.
존슨은 뉴욕 메츠, 신시내티 레즈, 볼티모어 오리올스, LA 다저스의 감독을 거쳐 통산 1148승 888패 승률 0.564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다저스 때는 박찬호의 감독이었다.
두 감독은 나이도 지긋한데다 요즘 젊은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돼 현역 복귀는 사실상 힘들다. 하지만 그동안 축적된 야구경험을 그대로 묵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이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그래서 존슨을 고문으로 임명한 것이다. 2006년 짐 바우덴 단장 때도 보좌역을 역임해 팀 전력에 보탬을 줬다. 당시 드래프트에서 존슨 보좌역은 포수 헤수스 플로레스를 지명하라고 조언했다. 플로레스는 현재 워싱턴 주전 포수다. 존슨은 스프링캠프 때는 코치로, 정규시즌에는 순회코치로 축적된 경험을 젊은 선수들에게 지도할 참이다.
한화의 고문이 된 김인식 전 감독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고문 임명 자체가 성적부진이었고 한국 대표팀을 WBC 준우승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한 인사조치다. 사실 국내 풍토에서는 존슨과 같은 역할이 매우 어렵다. 역대로 총감독, 고문 직책을 맡은 전직 감독들이 이 역할을 한 적이 없다.
내년 스프링캠프에 한화가 김인식 전 감독을 투수조련사로 초빙할 수 있을지부터가 궁금하다. 김인식 전 감독의 투수를 보는 혜안과 조련을 그대로 묵혀 두기에는 너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