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벗고 영화 ‘백야행’에서 살인자 요한을 연기한 고수. 염희진 기자
“드라마 ‘피아노’(2001년) 영향이 더 컸던 것 같다. 주인공 재수는 헌신적인 사랑도 모자라 ‘태어나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죽이는 연기가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그래서 ‘요한이의 일기’를 쓰고 집 밖에 나오지 않은 건가.
“요한이가 얼마나 죄책감에 빠지고 미호를 사랑했는지, 감정의 세세한 진폭까지는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시나리오 외의 것은 배우가 느껴야 한다. 나 스스로 ‘난 요한이야’라고 최면을 걸었다. 그러면 동작과 감정은 저절로 나온다고 믿었다.”
―사이코패스나 잔인한 살인마 역할이 들어와도 연기할 수 있을까.
“힘들 것 같다. 인간이 아닌 괴물이니까. 배역에 대한 공감 없이 연기하는 건 못하겠다.”
“절실한 장면이었다. 대사가 별로 없는 요한의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명분 없이 남 앞에서 옷을 벗는 것? 상상할 수 없다. 감정 있는 베드신은 찍어도 속옷 광고라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웃음)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문화부 염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