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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보존” 인간문화재 건강지킴이로

입력 | 2009-11-24 03:00:00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 건강검진-공연후원 나서

 

“인간문화재가 건강해야 무형문화재가 건강합니다.”

한독약품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일명 인간문화재)의 건강지킴이로 나섰다. 한독약품은 인간문화재들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이들의 공연을 후원하기로 최근 문화재청과 협정을 체결했다. 기업들 사이에서 ‘1사 1문화재 지킴이’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지만 모두 건물이나 유적과 같은 유형문화재 보존에 집중됐고 인간문화재의 건강을 지키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독약품이 건강검진을 해주기로 한 대상은 50∼75세의 인간문화재 55명. 서울 세브란스병원, 경북 안동병원, 강원 원주기독병원, 부산 백병원 등 병원 10곳과 협정을 맺어 이들에게 평생 격년으로 무료 건강검진을 제공한다. 올해는 12월 중 검진이 이뤄진다.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독약품에서 만난 김영진 회장(53·사진)은 건강지킴이에 나선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약기업의 특징을 살려 문화재를 보존할 수 없을까 하고 찾다 보니 인간문화재 분들의 건강이 떠올랐습니다. 이분들이 건강해야 전통 무형문화재의 보존과 전승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인간문화재 건강지킴이가 되려고 한 것이죠.”

한독약품과 문화재의 인연은 깊다. 김 회장의 작은할아버지는 숭실대 기독박물관을 설립한 고 김양선 목사. 한독약품 설립자이자 김 회장의 아버지인 김신권 명예회장(88)은 김 목사와 함께 1950년대 후반부터 문화재를 수집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명예회장은 1964년 국내 최초의 기업박물관이자 전문박물관인 한독의약박물관을 설립했다.

충북 음성군에 있는 한독의약박물관은 보물 6점을 비롯해 1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해 수준 높은 컬렉션을 자랑한다. 이 박물관은 1976년 한국박물관협회 출범식이 열린 역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김 회장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의약 문화재를 수집해왔다. 그가 가장 아끼는 유물 가운데 하나는 보물 646호 고려 청자상감약함(12세기). 한독의약박물관의 대표 문화재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유형문화재만 주로 보아 왔는데 이번에 우리의 무형문화재가 참으로 많다는 걸 알고 놀랐다”며 “이제는 부지런히 무형문화재도 공부해 전통 공연을 더 즐기고 지원해야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찾아가는 무형문화재 공연도 마련하고 음성의 한독의약박물관에서 비인기종목의 무형문화재 공연 자리도 만들 생각이다.

“이번 건강검진 병원 가운데 하나인 안동병원에서 얼마 전 연락이 왔습니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환자분들을 위해 공연도 하고 인간문화재 선생님들과 함께 안동의 문화재 답사도 함께하자고요.”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