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문을 연 구두공장은 직원 서너 명이 전부였지만 외환위기도 꿋꿋하게 버텨냈다. 그러던 공장이 최근 몇 년간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거래가 없어 만들어 놓은 구두에는 먼지만 쌓여갔다. 구두 가죽이며 접착제 등 재료마저 다 떨어졌다. 고민하던 사장 박모 씨(48)는 20일 오전 2시 50분경 어두운 틈을 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구두공장을 찾았다. 이곳에는 구두공장이 많았다. 그가 찾은 공장 문은 허술했다. 배척(일명 빠루)으로 뜯으니 금세 열렸다. 박 씨는 공장에서 구두를 만드는 데 쓸 소가죽 원단 11롤과 접착제 15kg짜리 3통을 들고 나왔다. 모두 합해 1000만 원 정도 됐다. 박 씨는 훔친 구두 재료를 가져간 차에 실어 날랐다. 이때 순찰을 돌던 경찰이 어두운 새벽에 차에 물건을 싣는 걸 수상하게 여기고 박 씨를 심문해 도둑질이 들통 났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3일 회사 경영난으로 구두 재료를 살 현금이 부족해지자 남의 공장에 들어가 재료를 훔친 구두제조업체 사장 박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