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종말 대비 ‘방주’ 中서 만들고
최후순간 ‘中國 휴머니티’ 보여줘
기존 영화와 달리 中자부심 높여
미국 할리우드 영화 ‘2012’가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신문과 방송도 연일 이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인기가 높은 것은 중국인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내용이 많기 때문.
태양의 이상폭발로 지구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 거대한 화산과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하고, 각 대륙이 마치 물 위의 뗏목처럼 떠다니게 되는 종말이 다가온다. 미국 등 주요 8개국(G8) 정상들은 비밀리에 회동해 중국 쓰촨(四川) 성의 한 오지에서 종말 이후에도 지구에 남을 인류 4만 명과 동물을 실을 방주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그날’이 다가와 세계 각국 정상과 ‘10억 유로’를 내고 탑승권을 산 사람들이 중국으로 올 때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가 ‘중화인민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영어로 말한다. 이 대사가 나올 때 중국인들은 마치 중국이 세계를 구하는 임무를 맡은 것처럼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 거대한 방주를 보고 미군 장교가 “중국에 방주 건조를 맡긴 것은 훌륭했다. 오직 중국만이 이런 규모의 방주를 빨리 건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것은 부패와 인권, 빈민, 티베트 독립 등에 관한 영화들이 중국인들의 심기를 거스르던 것과는 정반대다.
이 영화는 1년에 20편밖에 미국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해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도록 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 선딩리(沈丁立) 교수는 “중국을 가난하고, 때로는 적으로 그려서는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없음을 할리우드가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