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들어온 빛은 망막에 있는 1억 개의 안테나(시세포)에서 전기신호로 바뀐 후 100만 마리의 거미들(신경절세포)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그런데 안테나와 거미들은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 두 팔이 달린 양극세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연결이 된다. 즉 빛은 시세포를 지나, 양극세포를 지나, 신경절세포를 지나 시신경을 통해 뇌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1억 개의 안테나가 잡은 모든 빛의 정보가 뇌로 전달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모든 정보는 120만 개로 규합되고, 정리되어 거미에게 들어간다.
왜 참게들이 제동을 거는 것일까. 이것에 대해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른스트 마흐는 ‘명암이 겹쳐지는 경계면에서 빛의 산란을 막고 명암 각각의 신호를 선택적으로 억제 또는 증강시켜 대비를 더 잘되게 함으로써 더욱 선명히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라는 가설을 세웠고, 홀던 하틀라인 박사가 이를 참게의 망막을 통해 증명하여 1967년에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큰딸에게 물어보았다. “지혜야, 눈에 들어온 빛의 정보가 모두 뇌로 들어가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을 중간에서 막는 장애물이 있거든. 왜 그럴까.”
“그건 아빠가 고속도로에서 과속하지 말라고 속도제한 표지판이 있는 거랑 비슷한 게 아닐까요.”
작은딸 미소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아빠, 그건 사탕을 많이 먹으면 이가 썩는다고 아빠가 ‘안 돼’ 하는 것과 같은데요”라고 했다. 집사람은 “그것은 당신이 일만하지 말고 가끔 가족에게 신경을 쓰라고 하는 거예요”라고 했다.
이성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