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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우리 눈속엔 1억 개의 ‘안테나’ - 100만 마리의 ‘거미’

입력 | 2009-11-25 03:00:00


눈 속에 들어온 빛은 망막에 있는 1억 개의 안테나(시세포)에서 전기신호로 바뀐 후 100만 마리의 거미들(신경절세포)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그런데 안테나와 거미들은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 두 팔이 달린 양극세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연결이 된다. 즉 빛은 시세포를 지나, 양극세포를 지나, 신경절세포를 지나 시신경을 통해 뇌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1억 개의 안테나가 잡은 모든 빛의 정보가 뇌로 전달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모든 정보는 120만 개로 규합되고, 정리되어 거미에게 들어간다.

이때 좋으면서도 꼭 필요한 정보만을 걸러내기 위해 정보의 공유, 증폭, 제동이라는 작업이 필요하다. 전기신호가 안테나에서 양극세포로, 양극세포에서 거미로 전달될 때 각각 참게 모양의 수평세포와 무축삭세포가 신호를 공유하고, 증폭하고, 또 필요하면 제동을 건다.

왜 참게들이 제동을 거는 것일까. 이것에 대해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른스트 마흐는 ‘명암이 겹쳐지는 경계면에서 빛의 산란을 막고 명암 각각의 신호를 선택적으로 억제 또는 증강시켜 대비를 더 잘되게 함으로써 더욱 선명히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라는 가설을 세웠고, 홀던 하틀라인 박사가 이를 참게의 망막을 통해 증명하여 1967년에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큰딸에게 물어보았다. “지혜야, 눈에 들어온 빛의 정보가 모두 뇌로 들어가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을 중간에서 막는 장애물이 있거든. 왜 그럴까.”

“그건 아빠가 고속도로에서 과속하지 말라고 속도제한 표지판이 있는 거랑 비슷한 게 아닐까요.”

작은딸 미소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아빠, 그건 사탕을 많이 먹으면 이가 썩는다고 아빠가 ‘안 돼’ 하는 것과 같은데요”라고 했다. 집사람은 “그것은 당신이 일만하지 말고 가끔 가족에게 신경을 쓰라고 하는 거예요”라고 했다.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바로 이런 것들이 참게의 제동에 대한 우리 가족의 생각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서로에게 제동을 걸되 이런 상호보완적이며 발전적인 참게의 제동을 많이 걸면 좋겠다.

이성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