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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앗아간 소년의 얼굴

입력 | 2009-11-24 15:56:44


아메드는 그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그 때 길 한편에서 귀가 터질 듯한 총성이 들렸다.

곧바로 얼굴의 살이 찢어지는 듯한 쓰라림을 느꼈고 붉은 피가 허리까지 흘러내렸다. 어머니가 자신을 안고 울부짖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한창 친구들과 장난치며 꿈을 키워야 할 여덟 살 소말리아 소년 아메드는 그렇게 자신의 얼굴을 영영 잃어 버렸다.

AP통신은 소말리아에서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 간 내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9월 수도 모가디슈 거리에서 총에 맞아 얼굴 일부가 사라진 아메드 모하메드 모하무드의 사연을 24일 소개했다. 아메드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턱뼈와 오른쪽 눈, 코, 입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총에 맞고 2개월이 지난 지금 아메드의 얼굴에는 코가 사라지고 작은 구멍 하나만 대신 남았다. 윗입술이 없어서 입을 다물지도 못한다. 오른쪽 눈도 사라졌다. AP통신은 상처뿐인 소년의 참혹한 얼굴을 '소말리아의 잃어버린 초상'이라고 불렀다.

소년의 어머니 사피 모하메드 시다네는 "아들의 달라진 얼굴을 볼 때마다 예전의 얼굴이 떠올라 심장에서 피가 솟구쳐 오른다"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도 당시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손등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경상을 입었다.

시다네는 총알이 대통령궁 쪽에서 날아왔다고 주장했다. 정부군이 자신들을 이슬람 반군 측 주민으로 보고 사격을 했다는 의심을 품은 것이다. 그는 "신께서 아이에게 이 같은 짓을 저지른 자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메드는 총상을 입은 뒤 소말리아에 파견된 AP통신 특파원의 도움으로 케냐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그러나 또렷또렷한 눈망울을 가졌던 예전의 얼굴은 되찾을 수 없게 됐다.

소말리아에선 무하마드 바레 독재정부가 전복된 1991년 이후 18년 동안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나라 전체가 매일 계속되는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의 격전 속에 '피바다'로 변했다.

수많은 소말리아 소년들이 이 와중에 부상을 당하거나 생명을 잃는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 열 명 중 한 명은 첫돌이 지나기도 전에 죽는다. 아메드처럼 심각한 총상을 입어도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부족해 대부분 치료를 받지 못한다.

미국의 소말리아 이민자 단체는 아메드가 성형수술을 통해 얼굴의 일부라도 되찾을 수 있도록 모금운동 등을 진행 중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수술을 받는 비용만도 최소 수천만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소말리아에는 이처럼 참혹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한 두 명이 아니라서 기금 마련도 쉽지만은 않다.

아메드는 요즘 남아 있는 왼쪽 눈으로 코란을 읽으며 장난감 헬리콥터를 가지고 놀기도 하는 등 조금씩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너무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침울해하고 눈물 흘릴 때가 많다고 한다.

시다네는 그럴 때마다 행여 아들이 얼굴과 함께 희망까지 잃어버릴까봐 "신께서 너를 돌봐주시기 때문에 언젠가 얼굴을 되찾아 학교에 다시 나갈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

그러나 아들의 사라진 오른쪽 눈에 생긴 부어오른 상처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닦아주며 이 악몽과 상처가 과연 언제쯤 치유될지는 그녀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