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워워워>코너에 출연 중인 신인 개그맨 장기영. [동아일보 DB]
[동영상 보러가기] ‘절망이’ 장기영, “넌 아직 어려서 잘 몰라~ 인생 어두워~”
KBS 2TV ‘개그콘서트’ 중 ‘워워워’ 코너로 한창 인기몰이 중인 신인 개그맨 장기영(28). 장기영은 코너 중 ‘절망이’라는 역할로 등장해 천진난만한 두 어린이(희망이: 개그맨 박성광, 소망이: 개그맨 김준현)의 희망을 어른들의 현실에 대조시켜 어린이들을 실망시키는 반전의 묘미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24일 오전 KBS 여의도 근처의 한 커피숍에서 장기영을 만났다.
매주 방송에 등장하는 힙합 차림으로 나오진 않을까라는 기자의 생각과 달리, 장기영은 깔끔한 용모와 복장으로 등장했다.
장기영의 첫 데뷔 무대인 ‘워워워’ 코너는 지난 8월 30일 첫 전파를 탔다. 장 씨는 “코너를 시작한 게 꼭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장기영은 KBS 공채·특채 출신이 아니다. 고향은 전남 광주, 대학은 제주 출신인 장기영에게 방송일은 그저 멀고 먼 꿈의 세계였다.
처음 그가 개그에 도전한 때는 2007년. 장 씨는 26살이었다. 친분 있는 사장님의 부탁으로 서울에 올라와 옷가게를 도와주며 지내던 장 씨는 2007년 3월 친구와 함께 MBC 공채에 지원했다. 당시 면접관은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작가였다. 장 씨는 “제가 못 웃기기도 했지만, 김태호 PD님의 표정은 정말 냉담 했어요”라고 회상했다. 개인기로 저팔계 흉내를 내고 면접장을 나온 장 씨는 역시나 냉담했던 김태호 PD의 반응과는 반대로, 웃음을 참느라 고개 숙인 작가를 보고 ‘아, 이거다’라는 느낌이 왔다고 한다.
그 후 장 씨는 개그 아카데미, 갈갈이 홀 등을 거치면서 KBS, MBC 공채에 계속 지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또 장 씨는 OBS 1기 개그맨 공채에 합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관두었다.
이 후 장 씨는 뜻이 같은 친구들 10여명을 모아 서울 대학로에서 ‘개그왕’이라는 개그쇼 공연을 시작했다. 딱히 돈벌이가 없었던 장 씨는 공연 장소 대관료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에는 대리운전, 낮에는 공연회의 등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장 씨는 “그 때가 아마 절망이의 어두워~를 나타냈던 때인 것 같아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개그에 대한 그의 열정에 하늘이 감동해서일까.
장 씨는 자신의 공연을 지켜 본 ‘개그콘서트’ 김석현 감독으로부터 ‘개그콘서트’에 출연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게 된다. 때는 지난 7월 말이었다. 장 씨는 “감독님, 작가, 박성광 선배, 김준현 선배는 행운의 네잎클로버다”라고 말한다. “이 분들이 없었으면 아마 한 달도 못하고 ‘워워워’코너 막을 내렸을 거다”는 것이 장 씨의 설명이다.
‘워워워’는 장 씨가 대학로에서 하던 공연을 방송에 맞게 몇 번의 수정을 거쳐 만든 코너다. 미 국의 힙합 문화를 다룬 영화 ‘노토리어스’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장기영은 모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즐겨보는 영화광이다. 장기영은 그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항상 불이익을 당하자 ‘얘는 왜 맨날 이렇게 당해야 되지?’, ‘아, 넌 어려서 모르니까’ 등 떠오르는 여러 생각으로 코너를 구성했다고 한다.
매 방송마다 힙합 차림, 힙합 배경음악으로 등장하는 장기영은 ‘힙합을 정말 좋아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드렁큰 타이거, 리쌍 등의 대중적인 힙합 가수를 좋아하듯이 자신도 일반인들이 즐겨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절망이’의 수염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장기영은 “수염은 어른의 상징 또는 갱스터 느낌을 내기 위해 그린다. 수염을 통해 ‘나는 모든 걸 다 안다’, ‘어른이다’ 등을 의미하고 매직으로 그린 어설픈 그림이라고나 할까”라고 설명한다.
“하루 100원씩 10년을 모아도 36만 5천원!”
“강남 아파트 사려면 평당 1억! 월 100만원씩 3000개월 모아도 250년 걸려!”
장기영은 시청자들의 호응이 가장 좋은 내용은 지극히 정말 ‘현실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시청자들이 ‘워워워’ 코너를 달갑게 보지 않는다. 일부 시청자들은 ‘아이들의 동심을 깬다’, ‘초등학생 동생들이 유행어를 따라한다’ 등 항의 글로 비난한다. 장기영은 “최대한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현실 그대로를 말해 웃기려고 노력 한다”고 말한다.
소속사가 없어 연락이 닿기 힘들었던 장기영은 “여러 소속사에서 제의가 들어왔지만 거절했다. 버라이어티에 관심이 없을 뿐더러 개그맨은 자기실력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며 “현재는 개그 콘서트에서 자리를 확실히 잡고 싶다”고 자신의 소신을 야무지게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장 씨는 “내공을 많이 쌓은 후 나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실력이 덜 쌓여진 상태로 세상에 나와 버린 느낌이다”며 “현재 연기가 많이 부족하지만, <색즉시공>이나 <시실리 2km>등과 같은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해외에 알려질 수 있는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절망’아닌 ‘희망’을 ‘소망’했다.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