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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 뽑고보니… 모두 공대 출신!

입력 | 2009-11-25 03:00:00


최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공채에 합격한 4명의 새내기 펀드매니저는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강병구 윤태환 박문창 남영구 씨(왼쪽부터)는 전공을 살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펀드매니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진환 기자

‘이번에 뽑은 신입 펀드매니저들이 전원 공대 출신이라고?’

한국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합격자 발표가 난 신입 펀드매니저 공채 결과가 화제다. 자산운용사 중 올해 보기 드물게 신입 펀드매니저 공채를 실시한 이 회사의 합격자 4명이 모두 공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금융계에 진출하는 이공계 출신이 많아졌지만 ‘주식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는 신입, 경력 할 것 없이 인문사회계열 출신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공학도들이 석권한 한국밸류자산의 이번 채용 결과는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이공계 강세 현상은 공채 진행 때부터 예상됐다. 최종면접에 올라온 8명 중 1명을 빼고는 모두 이공계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한국밸류자산 이채원 부사장은 “신입 펀드매니저 공채의 합격자 전원이 이공계 출신인 건 다른 회사에서도 거의 없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합격자들은 모두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거나 졸업할 예정이다. 전기공학 전공자가 두 명이고 컴퓨터공학과 산업공학 전공자가 한 명씩이다. 이들은 대체로 3학년 때부터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갖췄다. 대학시절부터 투자동아리에서 활동했거나 실제 주식 투자 경험이 있다.

윤태환 씨(25·산업공학과)는 ‘서울대 투자연구회의 성공투자 노트’라는 책을 펴냈다. 강병구 씨(29·전기공학부 졸업)는 다양한 투자경험을 통해 ‘가치주 투자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까지 세웠다.

‘이공계의 꽃’인 연구원 대신 펀드매니저를 택한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공통점은 기술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남영구 씨(25·컴퓨터공학부)는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 기업이 지닌 기술을 평가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펀드매니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박문창 씨(27·전기공학부 졸업)는 “개발자와 기술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기여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밸류자산은 기술 이해도가 높은 이공계 출신 펀드매니저들의 입사에 무척 고무돼 있다. 하지만 우수한 이공계 인력들의 비(非)이공계 직업 쏠림 현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의견도 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전형과정 도중 ‘우수한 이공계 인력들이 이렇게 금융권으로 몰리면 국가적으로 필요한 첨단기술을 개발할 인적자원은 충분할까’라는 걱정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