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표된 '미슐랭가이드 도쿄 2010년판'에 대한 논란이 일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최고 평가점인 별점 세 개를 받은 도쿄의 음식점이 11곳이나 돼 '평가가 너무 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슐랭가이드는 타이어 업체 미쉐린이 전 세계 미식의 도시에서 내로라하는 레스토랑을 별점(1~3개로 평가)으로 평가한 안내서이다. 프랑스 파리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했으며 현재 일본 도쿄와 교토-오사카, 중국 홍콩,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이 평가 대상에 포함돼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올해 발표된 도쿄의 2010년판 미슐랭가이드에서 별점 세 개를 받은 음식점 수가 이 안내서의 원조격인 파리(10곳)를 제친 것이다. 별점 한 개나 두 개를 받은 업체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미슐랭가이드가 처음 도쿄판을 발표한 2007년에는 심사위원이 유럽인 3명과 일본인 2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지난해엔 유럽인 1명과 일본인 5명으로 비중이 역전됐으며 올해엔 모두 일본인으로 심사위원단이 채워진 것이다.
미쉐린 측은 이에 대해 "그 나라의 음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현지인"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선 별점 부여가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한 미슐랭가이드가 도쿄 등 일본 도시의 음식점들에겐 유독 후한 평가를 준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다른 도시의 최신판을 비교할 때 도쿄의 음식점 별점은 확연히 많다. 미식의 본고장인 파리의 경우 별점 세 개를 받은 음식점이 10곳, 두 개가 14곳, 한 개가 41곳이다.
파리 요식업계에선 별점을 받는 것 자체가 큰 영광으로 통하기 때문에 레스토랑들이 외부에 자신들이 받은 별점을 크게 표시해 내걸고 있다. 이 밖에 '세계의 심장'으로 불리는 미국 뉴욕도 별점 세 개를 받은 곳은 5개 업소에 불과하다.
반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미슐랭가이드 평가대상에 포함된 홍콩은 별점 세 개가 겨우 1개 업소에 그쳐 대조적인 결과를 보였다. 일각에선 미쉐린이 '자동차 왕국' 일본에서 미슐랭가이드로 관심을 모아 타이어 판매량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미쉐린 측이 심사위원 선정 기준에 대해 "현지 음식은 현지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과는 달리, 미슐랭가이드가 후한 점수를 준 도쿄 음식점 중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식당이 적지 않아 신뢰성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