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리고 아웅식의 FA제도 개선안
4년제 대졸선수 중 군필자만 1년 단축
고졸-2년제 대졸 선수와 형평성 없어
보상금 등 세부 조항 핵심은 피해가
일단 개선안을 내놨지만 미봉책 수준도 되지 못한다. 고졸, 2년제 대학 선수와의 형평성도 지적된다. ‘눈 가리고 아웅’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밖에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4년제 대졸 선수 중 병역(18개월 이상 복무)을 마친 선수의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기간을 현행 9시즌에서 8시즌으로, 1년 단축하는 FA 제도 개선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는 2011년 시즌 종료 후부터 적용하며 2010년 말까지 최초 FA 자격 취득선수로 공시된 적이 있는 선수는 제외된다.
KBO는 이번 결정으로 올 시즌 등록 선수 중 약 150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히 나이만을 고려한 조치
KBO가 이번 제도를 만든 건 고졸 선수에 비해 4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대졸 선수를 위한 조치. 대졸 출신에게 한살이라도 더 젊을 때 FA 자격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학 진학, 특히 4년제 대학 졸업은 ‘필수 사항’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사항일 뿐이다. 더구나 2년제 대학과 차별을 한 것도 무리가 있고, 개인의 선택 사항에 대해 리그 차원에서 따로 보상책을 마련한다는 것도 논란이 되기에 충분하다.
FA 제도는 그동안 자격년수(9년) 뿐만 아니라 보상금 등 여러 세부 조항에 대해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게 선수들 생각이지만, 잘 키운 선수를 빼앗기기 싫어하는 구단 입장에선 ‘현행 유지’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특히 타팀 FA 영입시 전년도 연봉의 450% 또는 300%에 보상선수까지 내줘야 하는 규정은 자유로운 FA의 이동을 통한 선수 권익 보호와 함께 각 팀 전력의 균등화라는 FA 제도 도입의 가장 큰 명분을 무력화 시켰다.
김태균(지바 롯데), 이범호(소프트뱅크)의 일본 진출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지만, 과도한 보상금은 FA의 해외 유출 가능성을 더 키울 수도 있다.
더구나 현 제도하에서는 타팀 FA를 영입하면 계약금을 줄 수 없고, 전년도 연봉에서 50% 인상한 금액 밖에 줄 수 없다.
지난해 시즌 뒤 FA 자격을 얻은 이진영은 SK와의 우선 협상에서 4년간 35억원을 제시받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계약금도 없이 LG와 기존 연봉에서 50% 오른 3억6000만원에 사인했다. 이진영이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LG는 그렇게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LG와 이진영과는 이면합의가 있었던 건 물론이다.
○아직까지 기회는 있다?
제도와 법은 시대에 맞게, 보편타당하게 바뀌어야 한다. 본래 취지에 맞게 보상기준도 재고해야 하고, 프로야구를 좀 먹는 말도 안 되는 규정은 손보는게 마땅하다.
KBO 관계자는 “FA 제도와 관련해 보완할 것이 있다면 내년 1월 초 열리는 8개 구단 이사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큰 기대를 품기는 어렵다. 각 구단들이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KBO 마저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