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투좌타’ 비해 절대적 부족김태균 - 이범호 기대 한몸에
만약 스즈키 이치로(36·시애틀)가 오른손 타자였다면 지금과 같은 ‘안타 기계’가 될 수 있었을까. 미국프로야구에서 9년 연속 200안타의 대기록을 세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치로의 안타 중 상당수는 내야 안타다. 왼손 타자여서 타격과 동시에 1루로 달려간 덕분이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 세이프와 아웃이 갈리기에 왼손 타자는 오른손 타자보다 유리하다. 이치로는 만들어진 왼손 타자다. 원래 오른손잡이지만 칠 때만 왼쪽으로 한다. 이른바 ‘우투좌타’다. 세밀한 야구를 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이치로 같은 우투좌타 선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오른손잡이 선수가 어릴 때부터 왼손 타자로 키워진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오른손 거포는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일본 롯데에 입단한 김태균이 3년간 최대 7억 엔, 소프트뱅크와 계약한 이범호(이상 전 한화)가 3년간 최대 5억 엔의 특급 대우를 받은 것도 이들이 오른손 거포이기 때문이라는 게 일본 야구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단마다 오른손 거포에 대한 열망이 클 수밖에 없다. 김태균을 영입한 니시무라 노리후미 롯데 감독은 “오른손 거포 영입이 최대의 전력 보강 포인트였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범호의 소프트뱅크행이 확정된 뒤 일본 언론들은 “소프트뱅크의 골칫거리를 모두 쳐부순 오른손 거포”라고 소개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