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정쟁 탓에 내년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공공부문의 임시직 종사자들이 겨울철 ‘고용 한파(寒波)’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사업은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로 악화된 고용시장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해 왔지만 지금은 내년 사업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25일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시장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올해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각종 일자리 대책을 규모는 줄이되 내년에도 이어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안에 청년 인턴, 사회서비스 일자리, 희망근로 등 일자리 사업 예산으로 올해의 약 74% 수준인 3조5000억 원(55만 명 규모)을 배정했다.
그러나 청년 인턴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업이 모집공고와 접수, 심사 절차를 거치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데다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모집조차 할 수 없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의 ‘고용 및 사회안전망 대책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모든 일자리 사업을 가능하면 1월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1, 2개월 늦어지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행정 인턴이 올해 1만7000명에서 내년에는 6700명으로 축소돼 청년들의 공공부문 일자리도 크게 줄어든다. 학습보조 인턴교사와 대졸 미취업자 조교 채용 사업도 올해에는 각각 2만6000명, 7000명 규모로 운영됐지만 내년부터 국고 지원이 없어지면서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커졌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국회의 예산안 처리 일정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해 동절기 서민 관련 예산을 집행하는 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예산안 처리가 늦어져 공공부문의 고용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에 대비해 관계 부처 합동으로 동절기 고용 대책을 별도로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