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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회창 총재의 언론모독과 민주당의 이중잣대

입력 | 2009-11-26 03:00:00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어제 “일부 신문이 이 정권의 세종시 원안 수정을 옹호하고 선동하기에 바쁘다”며 “종편(종합편성채널)이 일부 신문을 노예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정론만 대서특필하는 것은 정권의 나팔수나 다름없다”며 주류(主流)신문들이 종편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정부의 세종시 수정론을 편드는 것처럼 비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결코 정부의 노예도, 종편의 노예도 아니다. 장기적 국가 이익과 대다수 국민 이익, 즉 총체적 국익(國益)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세종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총재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부 신문에 대해 ‘노예’ 운운하는 것은 심한 명예훼손이다. 그의 어법을 패러디한다면 ‘이 총재는 세종시 원안을 옹호하고 선동하기에 바쁘다. 지역당의 정치적 이익이 이 총재를 노예로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총재는 200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내놓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앞장서 비판했다. 범보수 진영은 행정수도건설 특별법의 위헌 결정에 따라 일부 수정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역시 충청권 표(票)를 겨냥한 사실상의 수도분할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그는 충청권에 기반을 둔 선진당 총재가 되면서부터 세종시의 미래와 국가 장래를 위한 진지한 논의에 귀 막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 하고 있다. 그야말로 지역정서의 노예가 아닌가.

이 총재는 최근 지식인 1200명에 이어 역대 국무총리들이 대거 포함된 원로인사 93명이 세종시 계획의 전면 수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도 정부의 노예라서 그런다고 주장하려는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지난주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밀어붙이다 보니 일부 언론이 비위를 맞추려 이성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영산강 사업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려고 이성을 잃고 있는 것인가.

역시 민주당의 유선호 의원은 그제 “영산강 수질개선 사업은 전남도가 ‘국민의 정부(DJ 정부) 이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으로 4대강 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변했다. 자신들이 영산강에 손을 대면 로맨스요, 다른 정권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 불륜이란 말인가. 정세균 대표는 어제 “4대강 예산으로 국방부 예산이 충분히 확충되지 못하다 보니 군복무 단축(정책)을 지키기 어려운 것”이라며 “정부가 4대강 예산을 위해 안보마저 팔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의 ’군복무 6개월 단축’이라는 무리한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