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중앙대사범대부속중 걸스카우트 대원들이 ‘탄소를 줄이고, 환경을 지키자’는 주제로 그린 포스터를 손에 들고 밝게 웃고 있다. 포스터는 학교와 지역사회 곳곳에 붙일 예정이다. 원대연 기자
“왜 목을 허옇게 내놓고 다니냐. 멋 부리다 얼어 죽겠다”라고.
24일 한자리에 모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대부중 걸스카우트 대원 30여 명은 “멋 부리다가 정말 지구에 큰일 난다”고 말했다.
많은 여학생들은 겨울에도 ‘스타일 죽는다’며 교복 상의 속에 얇은 블라우스 하나만 입고 스타킹도 하나만 신는다. 그러고는 교실에서 “추우니 난방 좀 펑펑 틀어 달라”며 온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이날 걸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인 것은 ‘밀레니엄 개발 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실천을 위한 탄소 줄이기 수칙을 만들기 위해서다. 내년부터 전 세계 걸스카우트가 동참하는 밀레니엄 개발 목표가 시작된다. 밀레니엄 개발 목표는 빈곤과 기후변화로 급변하는 세계를 바꾸기 위한 8가지 목표로 그중 7번째 목표가 ‘우리는 우리의 지구를 지킬 수 있어요(We can save our planet)’이다.
걸스카우트 대원들은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첫 번째 방법은 포스터를 만들어 또래 학생과 지역 주민에게 알리는 것. 이날 대원들은 주말에 바쁜 시간을 쪼개서 정성껏 그린 포스터를 내놓았다. 황폐해진 주변 환경 때문에 갈 곳을 잃은 꿀벌을 그린 학생도 있었고, 쓰레기로 가득 찬 거리를 그린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은 포스터를 학교나 동사무소 게시판에 붙여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다.
○ “양치질 하면서 계속 틀어 놓는 물 아까워요”
물 낭비를 줄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하승주 양(14)은 “세면대에서 물을 튼 채로 양치질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흘려버리는 물을 보면 아까운 생각이 든다”며 “양치질 할 때는 컵을 쓰고, 세수할 때는 세면대에 물을 미리 받아놓으면 물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걸스카우트가 환경보호 운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9년부터 청소년 환경캠프를 열어 왔으며 1994년에는 ‘샛강을 살립시다’ 캠페인을 열어 국민은행 환경상을 받기도 했다. 1997년에는 ‘지구 재충전 기금 모금’ 활동을 펼쳤고 1998년에는 ‘동강 지키기 범국민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이날 학생들은 ‘변기 저수조 안에 벽돌 넣기’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전통적인 물 아끼기 방법을 알고 있는지 묻자 유미 양이 이렇게 답했다. “TV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나와요. 신세경 씨가 물을 아끼려고 변기에 벽돌을 넣더라고요. 저도 해보려고요.”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환경운동 실천 상징물 ‘패치’ 제복에 부착 훈장같네▼
1999년부터 시작한 걸스카우트의 환경보전패치들. 왼쪽부터 공기, 물, 자원절약, 야생동식물보호를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패치들이다.
걸스카우트에게 패치는 ‘훈장’과 같다. 패치는 헝겊으로 만든 상징물로 일정 기간 약속한 활동을 하면 패치를 받을 수 있다. 걸스카우트 제복에 패치가 많이 붙어있는 대원일수록 활동한 내용이 그만큼 많다는 증표이다.
내년도부터 받을 수 있는 걸스카우트 MDG 패치. 걸스카우트 연맹
걸스카우트 대원이 밀레니엄 개발목표 패치를 받기 위해서는 7번째 목표인 ‘우리는 우리의 지구를 지킬 수 있어요’의 실천수칙을 완수해야 한다.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는 사람의 수를 반으로 줄이는 것이 걸스카우트의 목표인데, 각 대원은 쉽게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몇 가지씩 정하고 지켜야 한다. 걸스카우트연맹은 1999년에도 환경패치운동을 펼쳤었다. 물, 공기, 자원재활용, 야생동식물 등 4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활동에 참여한 대원들에게 패치를 나눠준 바 있다.
이 부장은 “지금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 환경보호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걸스카우트 대원들의 환경보호 활동이 지역사회에도 큰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