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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내 생애 최고의 명품선물 스토리

입력 | 2009-11-27 03:00:00


“명품의 진가는 값이 아닌 고유의 ‘가치’에서 나온다….”

트렌드에 누구보다 민감한 명품 패션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한 소리다. 대물림이 가능한 품질과 관련 스토리가 함께 묻어날 때,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할 때에만 진정한 명품으로 거듭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런 그들의 ‘인생 최고의 럭셔리 선물’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또 물었다.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물로 어떤 것을 추천하겠느냐고. 연말연시가 코앞인 요즘, 당신의 선물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기 그들이 공개한 ‘내 인생 최고 명품 스토리’와 추천 아이템을 공개한다.

○ 대물림이 가능한 럭셔리 코드, 클래식

“아들, 어울리는구나. 이제 입어도 되겠다.”

유명 남성 브랜드와 연예인들의 스타일리스트 겸 패션 잡지의 에디터로 활동하는 온라인 쇼핑몰 ‘더헤븐’ 대표 박만현 씨는 1999년 늦가을 아버지에게서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물려받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군대 제대 후 ‘패션’에 관심이 많던 저는 이미 아버지의 옷장에서 클래식한 느낌의 옷을 여러 벌 빌려 입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날 아버지가 ‘정식’으로 제게 물려주신 트렌치코트는 40년도 더 지난 지금 입어도 멋집니다. 어깨가 약간 좁은 제 신체 결함도 보완해주는 멋스럽고 남성미 넘치는 저만의 ‘명품’이에요.”

약간 묵직한 느낌의 개버딘 소재로 흔치 않은 네이비색이라는 점도 맘에 든다고. 박 씨는 훗날 결혼을 해 아이를 낳으면 아들에게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아버지의 트렌치코트’를 물려줄 계획이다.

박 대표가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연말 선물 아이템 여성들의 화려한 이브닝드레스에 어울리는 남성 정장을 찾기 힘든 편인데 최근 닥스에서 나온 맞춤 슈트 라인이 꽤 맘에 든다. 가격 대비 소재나 디자인이 훌륭하다. 모임이 잦은 연말, 절친한 지인이나 남자 친구에게 선물해 봄 직하다.

○ 아날로그적 감성, 추억의 만년필

구찌, 크리스티앙 디오르, 버버리 같은 명품 브랜드가 대거 입점한 사이버 3D쇼핑몰 겸 패션 전문 포털사이트인 ‘엣진(www.atzine.com)’이 최근 오픈했다. 이곳에서 명품 업계 트렌드를 분석하는 마케팅실 이정민 팀장은 올 초 이전 직장 상사에게 받은 듀폰의 만년필을 자신만의 ‘명품 1호’ 목록으로 꼽는다.

“이직하는 저를 오히려 격려하시면서 만년필에는 제 이름 이니셜을, 선물 포장 박스에는 새로 옮겨갈 직장의 로고까지 세심하게 새겨 주셨어요. 그러면서 ‘기본을 잃지 말라’고 따뜻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이 팀장은 수년간 온라인 업계에 몸담아 왔다. 그런 그에게 왜 만년필을 선물했던 걸까.

“아마도 기본에 충실하라는 조언과 일맥상통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온라인 업계에 몸담더라도 결국 기본은 사람이고 아날로그적 감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아날로그 선물을 통해 이야기해 주시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이 팀장이 추천하는 연말연시 선물 아이템 “얼마 전 수능을 치른 예비 새내기들을 위한 아이템으로 쇼메(Chaumet) 리앵 컬렉션의 오픈 하트 펜던트를 추천하고 싶어요. 화이트골드 소재의 사랑스러운 하트 모양 목걸이인데 설렘 가득한 새내기들에게 환영받을 아이템일 것 같아요.”

“힘든 날 보기만 해도 힘이 돼요”

○ 대학 졸업때 아버지께서 주신 빈티지 시계


패션 전문가 겸 오피스 h 대표로 활동하는 황의건 씨는 ‘가장 소중한 명품 선물 목록’을 묻자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시계는 아직까지 가슴을 떨리게 하고 활력을 불어넣어준다”며 말문을 열었다. 15년 전 호주에서 대학을 마친 그에게 아버지는 졸업 선물로 갈색 가죽 스트랩 로만손 시계를 선물했다. “이후 개인적으로 외국 명품 브랜드 시계를 여럿 소장하게 됐지만 그 어느 명품 브랜드보다 애착이 간다”고 그는 덧붙였다.

“갈색 가죽 스트랩이 사람처럼 나이를 먹어 유연해지고, 처음의 그 반짝거림은 사라졌지만 시간의 빛을 머금어 오히려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납니다. 한국의 시계라는 점도 자랑스럽고요. 중요한 미팅이 있거나, 이유 없이 기운이 쭉 빠지는 날엔 아버지께서 주신 이 시계를 차고 나가면 왠지 모르게 기운이 나고 일이 잘 풀릴 때가 있지요.”

이어 그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물건 자체가 가진 특성보다 더 귀한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명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도 말없는 응원을 보내는 묵묵한 아버지의 선물. 그에게는 이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명품이 된 이유다.

황 대표가 추천하는 연말 선물 아이템

개인적으로 고야드의 가죽 액세서리 제품을 추천한다. 각 구매 제품에 고객의 이니셜 및 다양한 문양을 새겨주는 ‘마카주 서비스’(유료)를 통해 희귀성은 물론 개인만의 선물 스토리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 성인의 날 어머니께서 주신 샤넬 백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명품숙녀의류를 담당하는 박찬유 대리에게는 그 어떤 ‘신상 백’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백이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성인의 날을 맞아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샤넬 클래식 백이 그것.

“처음 갖게 된 명품이었는데 어린 마음에 내가 이제는 명품을 다룰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아서 괜히 자랑스럽고 우쭐해졌던 기억이 나요(웃음).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에 가격도 현재 더 상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항상 특별한 날에만 가지고 다니죠.”

박 대리 역시 결혼 후 아이를 낳게 되면 꼭 그 아이의 ‘성인식’ 기념 선물로 백을 물려줄 생각이다.

박 대리의 추천 연말 선물 아이템

시간이 가도 클래식함으로 남을 수 있는 샤넬 클래식 백은 연령과 상관없이 주는 이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인 것 같다. 겨울 필수 아이템인 지미추의 롱부츠나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지방시 백 역시 그녀를 위한 선물로 어떨까.

글=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 그녀에게 ‘거울의 방’ 눈부신 햇살을 ▼

그 밖의 패션명품 업계가 추천하는 연말 선물 아이템들.

For Her 프랑스 베르사유 궁 거울의 방에 가본 적이 있는가. 수백 개의 거울이 사방을 장식한 그곳에 햇살이 들어오면 온 세계는 오로라 빛의 화려함을 발한다. 1950년대 중반 그 매혹적인 ‘빛의 향연’에 매료됐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당시 크리스털 전문 브랜드 스와로브스키 하우스에 “거울의 방에 햇빛이 반사되는 듯한 느낌의 크리스털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오로라 보레알리스 크리스털’은 그렇게 탄생했다.

젊은 감각의 그녀에게는 그 반짝임을 전해 줄 크리스티앙디오르의 2009 크리스마스 에디션인 ‘크리스털 보레알 립글로스’를 추천할 만하다. 반짝이는 오로라 보레알리스 크리스털 52개가 눈 꽃 모양으로 박혀 있는 펜던트의 뚜껑을 열면 매혹적 향기의 립글로스가 들어있다.

까르띠에에서 최근 새롭게 런칭한 ‘레 머스트(Les Must)’ 컬렉션은 고마운 사람에게 새해 행운과 소망의 의미를 담아 선물할 때 적절하다. 주얼리와 워치, 레더(가죽 지갑 캘린더 등)&액세서리가 하나로 구성된 일종의 ‘종합선물 세트’.

이 밖에 빅토리아 여왕의 총애를 받아 영국 왕실 공식향수 업체로 지정되기로 했던 크리드사의 향수는 ‘주문향수’로 유명하다. 각 개인의 이미지와 취향에 맞춘 향수는 5년간 자신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10L를 공급하고 5년이 지난 후엔 그 소유권이 크리드로 이전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For Him 버진애틀랜틱 항공사를 비롯해 세계 26개국에서 여행 소비재 상품 및 레코드 회사 등을 운영하는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치열한 비즈니즈맨이자 여행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으로도 알려져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즐기는 그를 글로벌 브랜드 샘소나이트는 자사의 ‘Pro-DLX Ⅱ’ 제품 모델로 선택했다. 실용성과 심플한 디자인을 부각시킨 제품.

오메가의 ‘시마스터 플래닛 오션’ 시리즈 시계는 영화 ‘007’의 대니얼 크레이그가 차고 나와 ‘007 시계’로 불리기도 했으며 크레이그가 실제로 착용했던 흙 묻은 제품은 2007년 진행된 경매에서 약 1억6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For Kids 영국 럭셔리 소프트 토이 전문 브랜드 젤리켓의 인형은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의 딸 수리가 사랑하는 아이템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모든 제품은 부드러운 촉감의 최고급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토끼 캐릭터의 베이지버니 인형 등이 있다. 건조한 겨울철 아이의 연약한 피부를 위한 섬세한 배려가 필요한 요즘, 럭셔리 베이비 스킨케어 브랜드 누들앤부의 베이비 3종 세트도 업계 전문가들의 추천 아이템이다.

▼ 두 브랜드의 느낌을 하나로 ▼

연말연시를 맞아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위한 한정판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이 최근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이란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협업해 내놓는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좀 더 신선한 느낌의 제품을 접할 수 있게 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장점이 있다. 중저가 브랜드들이 유명 디자이너, 유명 스타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할 경우 브랜드에 좀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불어넣을 수 있고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은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해외에서는 최근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지미추와 중저가 브랜드인 H&M의 컬래버레이션은 명품과 대중적 브랜드 간의 만남이라는 차원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브생로랑과 푸마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하이톱 슈즈 등도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현재 국내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 상품으로는 먼저 페라가모와 요지야마모토의 슈즈가 있다. 요지야마모토가 페라가모의 클래식한 슈즈에서 영감을 받아 협업 컬렉션을 제작해 파리 패션위크에서 선보였다. 가격은 레이스업슈즈 155만5000원과 스니커즈 85만8000∼107만8000원 등이다.

슈에무라와 쓰모리지사토의 컬래버레이션 상품도 나왔다. 슈에무라의 화장품 패키지를 일본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 쓰모리 지사토가 디자인해 화제가 된 컬렉션으로 2009년 홀리데이를 위한 한정판이다. 쓰모리 지사토의 의류에 자주 등장하는 고양이 캐릭터 ‘러키캣’을 응용해 립스틱, 하이라이터의 패키지를 디자인하는 등 동화적인 느낌의 디자인을 화장품에 응용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