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지점 여는 플로리스트 정성모 씨
뉴욕 시티칼리지를 졸업하고 가정을 꾸린 그에게 이모는 이 가게를 넘겼다. 운명처럼 ‘꽃을 든 남자’가 된 그는 뭐든 자연스러운 게 좋았다. 까치밥, 호접란, 망개 등 동양적인 꽃들을 식물 스스로가 가진 유려한 선(線)을 살려 꽂았다. 화가, 감독, 배우 등 늘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찾는 뉴요커들은 ‘성 정’ 스타일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1980, 90년대 그는 ‘돈다발을 세며’ 살았다고 한다.
그는 2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도로스 아넥스’ 서울점을 연다. 이달 초 미리 가 본 그곳엔 그의 손으로 거듭난 꽃들이 있었다. 아이보리색 장미, 연두색 풍선초, 와인색 호접란을 섞어 담은 꽃 장식은 로맨틱하면서도 그윽했다. 천장 조명에는 빨간색 망개 가지를 길게 늘어뜨려 샹들리에처럼 장식했다. 그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연출을 골라달라고 했더니, 작은 사각 수조에 빼곡하게 꽂힌 낮은 키의 빨간색 장미꽃들을 가리켰다. 언뜻 가장 심심해 보였던 스타일이었다. 그는 “옆에 놓인 사각 양초와 조화를 이룬 것”이라며 “꽃은 스스로 부각되면 안 되고, 주변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신부들은 연예인 누구누구 스타일을 따라하며 거의 똑같은 웨딩 부케를 든다. 한국에서 플로리스트는 아티스트가 아닌 기술자 취급을 받는다. 국내 호텔 웨딩 꽃 장식은 너무 비싸다. 그런 풍토를 바꿔보고 싶다”는 거침없는 그의 말도 뚝배기 느낌이었다. 한국적 여백의 미로 뉴욕을 매료시킨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 꽃의 세계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분간 뉴욕과 서울을 분주하게 오갈 그는 서울에서 플라워스쿨도 열 예정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