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의 크리스마스… 하늘엔 인공눈, 거리엔 오색등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어는 한겨울의 크리스마스가 아니다.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는 적도 근방 열대의 섬나라 싱가포르에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풍경이다. 이 독특한 크리스마스 풍치를 즐기러 매년 이맘때면 수만 명의 외국인이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기자도 시즌 오픈에 맞춰 그곳을 찾았다.
토요일이었던 이달 7일 밤. 총 5.7km에 이르는 싱가포르 도심 오차드 길과 마리나 베이 거리를 휘감고 뒤덮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동시에 점등됐다. 순간 거리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고 이 한여름 밤의 이색적인 크리스마스 장식에 도시 전체가 일순간 빠져들었다.
○ 빛의 축제가 펼쳐지는 오차드 길
오차드 길이 시작되는 탕린 몰 앞에서는 매일 밤 비눗방울로 만든 인공눈이 뿌려진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여름 밤에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올 시즌의 장식 주제는 ‘화려한 치장’(Christmas All Decked Out).’ 거리를 세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시각적 재미를 더했다. 위치는 최근 개장한 ‘아이언 오차드 몰’을 등지고 왼쪽부터 블루존, 오렌지존 그리고 레드존 순.
블루존은 거리를 하얀색 외투를 걸치고 나팔을 부는 모습의 눈사람 행렬이 안내하는 형태다. 경쾌한 캐럴송에 맞춰 눈 알갱이를 나타내는 파란 불빛이 거리로 쏟아진다. 레드존은 빨간 별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다리를 꼰 채 포즈를 취하는 산타클로스, 그 발아래 대롱대롱 매달린 선물 상자가 레드존의 하이라이트다. 사람들의 시선은 상자에 새긴 노란 별의 현란한 조명에 집중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오차드 길 양편의 대형 쇼핑센터와 호텔도 이 현란한 빛의 축제를 더욱 부추긴다. 그 주체는 오차드 길 상가협회. 참가한 11개 빌딩을 대상으로 ‘베스트 드레스 빌딩’ 콘테스트를 연다. 심사 기준은 독창성(40%), 비주얼 효과(낮밤 각각 20%) 등.
○ 황금물결의 빛에 휩싸인 마리나 베이
장소는 스카이스크레이퍼(마천루)가 밀집한 마리나 베이. 오차드 길과는 달리 황금빛 물결이 넘실대는 분위기인데 이곳의 황금빛은 이 지역에 몰려 있는 호텔과 쇼핑몰, 카지노와 금융가를 상징하는 ‘돈’을 의미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거리 장식의 주제는 ‘요란 벅적’(A Glitzy Christmas by the Bay)이다. 물고기 비늘 같은 둥근 장식물이 반짝이고 수천 개의 금빛 은빛 전구로 거리 상공을 덮어 마치 황금 파도가 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멋진 크리스마스 시즌의 싱가포르 야경을 제대로 즐길 만한 곳. 대형 관람차인 ‘싱가포르 플라이어’다. 최고점 165m는 회전관람차로는 세계 최고도. 상공에서 체험하는 형형색색의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야경에 짜릿함까지 더해주는 멋진 어트랙션이다.
차분하게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내고 싶은 분. 오차드 길이나 마리나 베이를 벗어나 싱가포르 강변의 클라크키(Clarke Quay)로 간다. 키(Quay)는 돌로 쌓은 선창으로 클라크키는 싱가포르가 동서무역의 교차점으로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 물자를 부리고 쌓느라 창고가 즐비했던 중심 항이다.
2층 건물 구조의 옛 창고가 강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이곳. 그 낡은 건물은 20여 년 전 야심찬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덕분에 아직도 건재하다. 이뿐만 아니라 그 건물에 바와 레스토랑, 카페가 들어서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음식수도’로 등극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
클라크키의 저녁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강을 낀 축대 변의 노천 레스토랑은 언제나 식객들로 가득 차고 거리는 음식 냄새로 과객의 식욕을 돋운다. 연령층도 다양하다. 10대 청소년부터 유모차를 끌고 온 미시, 노신사에 이르기까지. 크리스마스 시즌에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며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디너를 꿈꾸시는 로맨티스트라면 당연히 싱가포르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글·사진=싱가포르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아시아 요리의 수도… 맛봐야 할 10대 음식은 ▼
동서양의 접점, 싱가포르. 그래서 스스로를 동서양 문화의 용광로라고 표현한다. 그것은 일견 진실이다. 서로 다른 피부와 종교와 언어의 다양한 민족이 다툼 없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 증거다. 그런 조화 속에 싱가포르 음식은 태어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프라나칸 음식. ‘퓨전’의 원조인 이 음식은 무역항의 노동자로 말레이반도에 진출한 화교 남자가 말레이 여인과 결혼해 이룩한 독특한 문화의 산물이다. ‘아시아 음식의 수도’라는 칭송을 받는 싱가포르인 만큼 여기서는 중국, 말레이, 인도 요리는 물론 전 세계 어떤 음식도 즐길 수 있다. ‘맛의 천국’ 싱가포르를 체험하기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을 열 가지 고른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싱가포르 관광청이 추천한 목록이다.
△입안에서 쫄깃쫄깃 통통하게 씹히는 보드라운 어묵이 가득 들어 있는 ‘어묵수프’ △넓적한 쌀국수를 달콤한 다크 소스와 조개, 숙주나물, 중국 소시지 등을 넣어 볶은 국수 ‘차 퀘 띠아우’ △닭고기, 쇠고기, 돼지고기는 물론 생선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낸 담백하고 고소한 맛의 ‘쪽’ △얼음을 알록달록한 과일 시럽으로 예쁘게 물들인 태국 스타일 빙수 ‘아이스 카창’ △생선, 게살, 새우, 당근, 상추 등을 가득 넣고 돌돌 만 밀전병 쌈 ‘포피아’ △생선 머리를 넣고 만든 ‘피시 헤드 커리’ △프라나칸의 대표 요리 ‘락사’ △달착지근한 양념으로 요리한 머드크랩(게)요리 ‘칠리 크랩’ ‘페퍼 크랩’ △칠리소스, 새우, 야채, 땅콩가루를 가득 담아 모양도 예쁜 식전 입맛돋움 음식 ‘쿠에 파이 티’ △싱가포르의 대표맥주 ‘타이거’
| 여행정보 |
◇항공편 ▽싱가포르항공=인천∼싱가포르 매일 2회 출발(오전 9시, 9시 45분) 주 3회(화금일) 오후 11시 45분 인천공항 출발(현지 도착 오전 5시). 6시간 소요. ▽국적기=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매일 1회(오후 2시) 인천공항 출발.
◇싱가포르 관광청=www.visitsingapore.com www.visitsingapore.or.kr(한국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