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리얼프로젝트X’ 3부작오늘 오후 8시 50분 첫 방영
자수성가해 건축 사업을 하는 이기창 씨(44)는 씀씀이가 큰 둘째아들 상규 군(18·고3)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한 달 용돈 40만∼50만 원을 일주일이면 다 써버리기 때문이다. 알뜰한 대학생 큰 아들과 비교가 된다. 아버지는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고 한숨 짓는다. 더 이상 아들을 믿기조차 어렵다. 부자 사이에 대화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 엄마도 냉랭한 이들 사이를 어찌할 수 없다.
아들도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유행에 맞춰 옷을 사 입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데 아버지는 도통 알아주지 않는다. 집이 외딴 곳에 있어 택시를 타야 할 때도 많다. “내 생각은 존중해주지 않고, 아버지는 내 얼굴만 보면 화부터 내요. 아버지와 나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5만 개는 쌓여 있어요.”
부자는 캄퐁치낭에서 도자기를 빚으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22세 가장 라나 씨를 만난다. 그에게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법을 배운 뒤 우마차에 옹기를 산더미처럼 싣고 다니는 보부상 엿 씨와 동행했다. 그는 한 달 수입 10만 원으로 4명의 식구를 먹여 살린다. 한 번 길을 나서면 한 달 뒤에 돌아온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 무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고 노숙을 일삼는 거친 생활…. 아버지와 아들이 서서히 마음을 열면서 말이 오가기 시작했다. 상규 군은 한국에 돌아가면 용돈기입장을 쓰기로 했다. 아버지의 격려 속에 홀로 길을 떠나 7달러어치 옹기를 팔고 돌아 온 아들은 땀의 가치, 노동의 소중함을 비로소 깨닫는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