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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유지해도 학생선발권은 대폭 축소

입력 | 2009-11-27 03:00:00

[1]학교 아닌 학과단위로 [2]대입 등 진로계획 받아 [3] 입학사정관제 전형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외국어고 개선안은 외고에 철퇴를 가하는 파격적인 방안은 아니다. 개선안을 두 가지로 마련해 여론의 흐름을 살피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하지만 두 가지 안 모두 외고를 국제고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 또 다른 사교육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고 어떻게 바뀔까
특목고 지위 포기 미지수… “국제고로 전환” 전망 많아

사교육 줄어들까
정원줄면 경쟁 더 치열해져… 사정관 맞춤 사교육 늘수도

○외고 앞날, 아직은 안갯속

특수목적고 제도개선 연구팀이 제시한 두 가지 안만으로 당장 ‘외고가 이렇게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유지와 폐지 방안이 모두 나왔기 때문이다. 최종안은 다음 달 결정되지만 일각에서는 좀 더 유연한 제1안(외고 유지안)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제1안이 채택되더라도 외고가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외고의 학년당 학급 수는 10∼12개,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36.5명이다. 과학고는 학년당 학급 수가 6∼8개, 학급당 학생 수가 16.9명에 불과하다. 서울의 유명 외고는 과학고의 4, 5배 규모다. 외고가 과학고처럼 몸집을 줄이려면 정원의 70∼80%를 잘라내야 하는 셈이다. 교육과정도 설립 목적에 맞게 짜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입시 위주 교육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2안이 채택되면 외고는 특목고의 지위를 잃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기존 외고는 학교 여건에 따라 자율고나 국제고, 일반계고로 전환해야 한다. 외고 가운데 자율고 설립 기준을 갖춘 학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자율형사립고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계고로 전환하려는 외고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만 공립 외고라면 시도교육감의 지정에 따라 자율형공립고로 바뀔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고가 폐지되면 대부분 국제고로 탈바꿈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선발 권한 축소 불가피

외고를 유지할 경우 구체적인 선발 방식은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학생 선발권이 지금보다 줄어들 것은 확실하다. 제1안에 따르면 외고로 남거나 국제고로 바뀌면 지금처럼 학교 단위가 아닌 학과 단위로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 연구팀을 이끈 박부권 교수는 “지금은 전공 언어와 상관없이 성적순으로 외고생을 뽑지만 앞으로는 러시아어과에 지원하는 학생은 대학도 러시아어과로 진학한다거나 러시아 관련 일을 하겠다는 진로계획을 토대로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고나 자율고로 전환하면 평준화지역은 추첨(자율고는 내신 50% 이내 학생 대상), 비평준화지역은 학교별로 선발하게 된다.

외고가 폐지되는 제2안의 경우에는 전환하는 학교 유형의 선발 방법을 따르되 외국어 중점과정에 지원하는 학생에게는 입학사정관제를 적용해야 한다. 일반계고나 자율고로 전환하면 평준화지역은 지원자 중에서 학과별로 우선 추첨(자율고는 내신 50% 이내 학생 대상)하고, 비평준화지역은 중학교 내신과 추천서, 진로계획서를 토대로 학교별로 선발한다.

○사교육 감소 효과 기대 엇갈려

애당초 외고 개선안이 논의된 것은 외고가 사교육의 주범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정치권에서 급진적인 외고 폐지론이 나온 것도 외고 입시 사교육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따라서 외고 개선안의 성패는 ‘사교육이 줄어드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현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특목고 전문 H학원 관계자는 “외고가 유지된다면 정원이 줄어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고, 외고가 폐지된다면 국제고로 바뀌면서 입시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입시안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사교육이 중구난방으로 번성할 가능성도 크다.

입학사정관 도입도 또 다른 뇌관이다.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을 통해 학생이 전공하려는 외국어와 장래 계획의 연계성을 중시하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내놓지는 않았다. 과학고의 입학사정관이 수험생의 과학 활동 내용과 적성을 보는 것처럼 외고의 입학사정관이 외국어 관련 활동 내용이나 적성을 본다면 영어 사교육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부터 영어 공인시험이나 해외 연수에 매달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도 “입학사정관제가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는 점에 동의한다”며 “일반계고교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사교육이 근본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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