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카메라란 이른바 '똑딱이'로 불리는 초보자용 자동카메라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사진 품질은 전문가용 DSLR 카메라 수준으로 찍히는 제품을 말한다.
평소 DSLR로 사진을 찍는 수준 높은 사진 애호가들이 커다란 카메라 가방을 매고 가기 여의치 않은 상황에 접했을 때 대안으로 이런 카메라를 주로 선택한다.
●촬영 기능
이 카메라의 특징은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 렌즈도 줌렌즈가 아닌 28㎜ 광각 단렌즈를 채용했다.
요즘 거의 모든 똑딱이 디카들이 갖추고 있는 안면 인식 자동초점 기능도 없다. 대신 정교한 수동 초점 기능과 디지털 줌 기능을 갖췄다.
전문사진가들이 콤팩트 디카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렌즈의 기능이 떨어져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GR디지털Ⅲ은 초점 기능만큼은 DSLR급으로 인정할 만 하다.
똑딱이 디카이지만 그림 파일을 압축하지 않는 'RAW'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이 제품이 전문가들의 선택을 기대하며 만들어졌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렌즈 최대 밝기가 F1.9로 뛰어난 아웃포커스와 어두운 곳에서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점은 이 카메라의 최대 장점.
인터페이스는 어렵고 복잡하다.
보통 사람얼굴-꽃모양-별님달님 모양으로 포트레이트-클로즈업-야경 모드 다이얼을 돌리는 게 상식처럼 돼 있으나 GR디지털Ⅲ는 M, S, P, MY1 등으로 만 메뉴가 표시돼 있다.
아마추어는 쓰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정 기능
촬영 시 보정과 촬영 후 보정 기능이 카메라 안에 있다는 것이 이 GR디지털Ⅲ의 가장 큰 특징이다.
SCENE 모드의 '다이내믹 범위 이중 촬영' 기능은 그림자 등 어두운 부분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고 거의 정확한 톤의 전체 화면을 보장한다. 같은 앵글의 사진 2장을 연속으로 찍어주되 노출을 다르게 줘 두장을 합성하는 형식이다.
또 SCENE 모드 '경사 보정'은 이른바 '틸트 렌즈' 기술이다. 가령 어떤 사물을 기울여 찍었어도 렌즈가 알아서 이를 보정해줘 정면에서 본 것처럼 사진을 만들어 주는 기술이다. 경사 보정 역시 포토샵으로 구현 가능한 기능이나 GR디지털Ⅲ는 카메라에 이 기능을 담았다.
이 밖에 '어드저스트', '화이트밸런스', '경사보정', '레벨보정' 등 PC에서 할 수 있는 기능을 이 카메라에서는 촬영 후 재생모드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포토샵으로 하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인데 굳이 카메라에서 이 기능을 활용해야 하는지는 의문으로 남지만 카메라에서 이런 기능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면 PC가 불편해 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영상
스틸 사진 전문가들은 동영상을 선호하지 않는다. 전문 사진가용 '똑딱이' 답게 GR디지털Ⅲ는 평범한 휴대전화 수준의 단순한 동영상 기능만 구현된다.
●디자인
투박하다. 예쁘지도 않다. 개성도 없다.
초보자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도 아니고 전문가들이 선호할만한 기능성도 눈에 띄지 않는다.
추가 구매 액세서리인 4각 후드 GH-2를 기본 액세서리로 제공하면 전문가들이 좋아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 구성품만 놓고 보면 '군용'에 가깝다.
●총평
전문가들이 서브 카메라로 '똑딱이'를 쓸 때는 평소 DSLR과는 다른 재미를 요구한다. 매일 한정식만 만드는 정통 요리사가 가장 좋아하는 별미는 햄버거나 피자라고 한다. 카메라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GR디지털Ⅲ 는 정통 한정식 요리사에게 간식으로 신선로나 어복쟁반을 권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의 카메라다.
기능으로만 보면 전문가들이 DSLR을 마침 갖고 있지 않을 때 대충 DSLR을 흉내 내 찍을 수 있는 대체재로서 훌륭한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GR디지털Ⅲ에 관심을 기울일만한 전문가들이 인터넷 최저가 66만 원대인 이 제품과 50만원 후반대인 파나소닉 LX-3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