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초중고교에서 학생의 명찰을 교복에 바느질해 붙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관행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25일 시정을 권고했는데요, 아무나 학생의 이름을 알 수 있어 사생활의 자유를 제한하고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입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에는 동의하지만 일률적으로 기준을 정할 게 아니라 학교 자율에 맡겨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논의를 거쳐 정하고 따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다] 청소년도 사생활 존중받아야
탈선예방? 교복 벗으면 그만… 부착이유 안돼
관련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고정명찰이 물건 강매나 범죄행위 등에 이용된다는 전화가 벌써부터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이 점을 인정한 바 있다. 고정명찰이 청소년 탈선에 억제효과가 있다는 항변에도 찬성할 수 없다. 탈선을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고정명찰이 부착된 교복만 벗으면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히려 이런 사고 자체가 청소년을 헌법상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는 한 사람의 떳떳한 국민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훈육과 계도의 대상으로 대하는 것으로 느껴져 씁쓸하다. 고정명찰 부착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청소년으로부터 박탈할 수 있는 위헌적 조치라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시행 여부를 결정할 자율사항이 될 수 없다. 영국이나 미국 등의 사립학교도 학생에게 교복을 입게 하지만 교복에 바느질 등으로 명찰을 고정하게 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지 않은가. 헌법 제17조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주체로 ‘국민’을 규정하고 있고, 청소년도 어엿한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니다] 교육효과 따져 학교가 결정을
학생지도에 효과… 학교운영위-학생 같이 논의해야
중등교사로 30여 년 재직한 나도 학생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다만 학생 인권과 교육 현실에 괴리가 생길 때 교육적인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성명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에 해당되고, 고정명찰 부착 강요로 학생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름이 공개돼 범죄에 노출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고정식이 아닌 부착식 명찰로 바꾸면 매번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번거롭고, 부착식 아크릴 명찰은 움직임이 많은 학생을 다치게 할 우려가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교복 분실이나 명찰 파손을 막기 위해, 학생이 학교 밖에서 본분에 맞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명찰이 필요하다는 학교의 주장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교복과 명찰 형태는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부모의 의견 수렴과 학교의 의사 결정을 거쳐 정한다. 학생의 학교생활 및 교칙은 교육 구성원 간의 충분한 논의 속에 학교 실정에 맞게 규정한다는 점에서 인권위가 일률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일은 오히려 1만1000곳이 넘는 학교의 현실과 괴리되고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현상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명찰의 고정 부착 여부는 학생을 포함한 학내 구성원의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하고, 이 기준을 학생 스스로 지키려 노력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이다.
차제에 교육 당국도 학생에게 인권교육 관련 자료를 개발하여 보급해야 한다. 인권의 범위를 학생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해야 하고, 그에 따른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교육 문제를 판단할 때 학생 인권과 더불어 학교 현실 및 교육적 측면을 동시에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