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파산 같은 위기는 없어
신뢰훼손-불안심리 확산땐 동유럽-亞신흥시장 타격
유럽 채권은 25% 정도
부채 대부분 주변국 편중, 도미노 사태 배제 못해”
《두바이의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선언으로 촉발된 ‘두바이 쇼크’는 지난해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세계 경제를 대혼돈으로 몰아넣을 만큼 파괴력이 있을까. 아니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여진(餘震)에 불과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30일 동아일보에 보내온 기고문에서 “두바이 쇼크를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며 두바이로부터의 직접적인 충격도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두바이월드의 채무재조정이 원활하지 못하면 인근 산유국을 통해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에 적잖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생상품 투자 적어 해결 긍정적”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두바이월드의 부채 규모는 59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리먼브러더스 채무 잔액은 이의 10배인 6000억 달러였다. 중동 지역의 자금 여력도 충분해 보인다. 중동 산유국들이 결성한 걸프협력회의(GCC)가 마음만 먹으면 두바이월드를 구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두바이가 속한 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 가운데 하나인 아부다비는 무려 70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국부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이슬람 형제 국가의 경제적 위험을 수수방관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나 국영기업들이 떠안고 있는 과도한 채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도화선이 될 위험도 있다. 이는 금융 시장에서 ‘위험 회피 현상’을 다시 확산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럴 경우 피해는 동유럽이나 아시아 같은 신흥시장이 가장 크게 본다. 더욱이 신뢰의 위기와 심리적 불안이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현재 잠재된 동유럽과 유럽의 금융부실 같은 경제 불안 요소가 내년에 세계 도처에서 터져 나올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바이 사태는 한마디로 세계 경제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세계경제 안정에 바탕을 둔 낙관적 경기 전망을 하기에 앞서 중동 등 국가 채무 비중이 큰 국가들의 국내 투자 현황 점검과 국내 자본·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국가 공조 체제를 강화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채무재조정 잘 안될땐 2차 충격”
두바이월드는 최근 수년 동안의 고유가 시대에 중동 산유국을 통해 두바이로 유입된 엄청난 오일 달러를 관리하려고 2003년 두바이 정부가 설립한 ‘국부펀드’다. 따라서 이 기업의 파산은 사실상 두바이의 국가 부도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두바이 사태의 파장이 우리에게 유입될 과정은 두바이로부터의 직접 충격을 떠올릴 수 있지만 이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과의 금융거래가 많지 않고, 건설 진출과 무역 등 실물거래 역시 두바이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중동경제와 세계경제를 우회한 충격이다. 이 충격의 강도는 두바이가 아부다비,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중동 산유국과의 채무재조정을 얼마나 빠르게 이뤄내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두바이의 총부채는 800억 달러이고, 이 중 두바이월드의 부채는 약 590억 달러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은 중동 산유국에서 빌린 돈이고, 유럽계 금융기관들이 4분의 1 정도의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바이는 인구 150만 명에 연간 경제규모가 500억 달러 수준인 조그만 도시국가다. 두바이 위기를 세계경제의 중심지인 미국 월가에서 발생했던 지난해 금융위기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작년 금융위기 때 AIG 한 기업에 미국 정부가 제공한 구제금융자금이 1730억 달러에 이른다는 점만 떠올려도 각각의 파급력을 비교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재조정이 순조롭지 못하면 인근 산유국들을 통해 도미노효과가 세계 경제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한국의 외환시장 및 수출에도 적잖은 악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다각적인 파장에 대비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