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라디오 화장실 들고가 듣기도”[동아방송 강제폐방 29년…DNA는 살아있다]<중>시대를 선도한 ‘방송 프런티어’ DBS
동아방송 기자들의 모임인 ‘동송회’ 회원들이 30일 동아방송 강제 폐방 29년을 맞아 서울 강남구 한 음식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폐방 30년을 맞는 내년엔 동아방송을 되찾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명 기자
동아방송 기자 출신 방송인들의 모임인 ‘동송회(東送會)’ 회원들이 동아방송 강제 폐방 29년을 맞아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에서 다시 뭉쳤다. 매년 동아방송 폐방일 전후 모임을 가져 온 이들은 올해 특히 동아방송의 모태인 동아일보사 후배들이 새 방송을 준비하는 만큼 폐방 29년을 맞는 소감이 남달라 보였다.
폐방 직전 보도국장을 지낸 윤양중 동송회 고문(전 금호그룹 사장·동아일보사 감사)은 “동아방송은 ‘소리나는 동아일보’를 표방한 만큼 무엇보다 동아일보의 저널리즘적 가치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방송 언론”이라며 “폐방 30년을 맞는 내년에는 동아방송을 되찾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동아방송 기자 출신 방송인들은 오가는 술잔 속에서 1960, 70년대 당시 타 방송을 압도한 동아방송의 보도 역량과 역사를 생생히 추억했다.
동아방송 정경부장을 지낸 최종철 전 SBS 전무는 “동아방송은 ‘DBS 뉴스 쇼’를 통해 현대 방송 뉴스 프로그램의 포맷을 창시했다”며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현직 동아일보 편집국 부장들이 직접 참여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선보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뉴스 쇼’에는 천관우 전 동아일보 주필, 홍승면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박권상 전 KBS 사장 등 쟁쟁한 논객들이 참여했다.
이궁 SBS 논설위원실 국장은 “‘DBS 뉴스 쇼’는 단순히 아나운서가 원고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앵커와 기자가 프로그램의 성격을 상황에 따라 만들어간 ‘퍼스널리티(Personality) 프로그램’의 효시격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는 동아방송의 뉴스를 듣기 위해 종종 화장실에 라디오를 들고 갈 정도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정환 법무법인 아태고문은 “내가 서울시청을 출입하던 시절 보도한 모든 뉴스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듣지 않으면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했을 정도로 정확하고 공정했다고 자부한다”며 “동아의 새 방송도 그 전통을 계승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앵무새 사건’으로 상징되는 동아방송의 날카롭고 합리적인 정권 비판에 대한 기억을 추억하며 동아의 새 방송은 방송 저널리즘을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마지막 ‘뉴스 쇼’를 진행했던 최종철 전 전무는 마지막 방송 당시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당시 신군부가 주도한 계엄 상황이었는데 종방 원고 10장이 검열로 2장으로 줄어 도저히 방송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결국 그 원고를 버리고 동아일보의 사시를 읽은 뒤 ‘동아방송은 사시대로 방송을 해왔다. 그것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 청취자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코멘트를 내보냈다”고 회고했다.
또 뉴스 현장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노력도 소개했다. 이정석 전 특파원은 베트남전 당시 종군하면서 교전 상황을 한 시간 넘게 생중계하기도 했으며,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에는 단일 언론 매체로는 가장 많은 기자를 현장에 파견하기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날 모임에는 하금렬 SBS 사장, 배석규 YTN 사장, 노한성 파라다이스그룹 상임감사, 박종렬 가천의과학대 교수, 이규민 전 동아일보 대기자, 정학철 언론중재위 감사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