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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션]만화가 된 덕수궁

입력 | 2009-12-01 17:00:00




 ◆만화가 된 덕수궁

(박제균 앵커) 경복궁이나 덕수궁 같은 고궁에 가면 조그만 안내책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딱딱하고 어려워서 관광객들의 이용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김현수 앵커) 다소 멀게 느껴졌던 문화유적지를 만화로 풀어쓴 관광책자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 덕수궁 가이드북을 완성한 만화가 김형배 화백을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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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들의 명소인 서울 덕수궁.

궁 입구에 여러 외국어로 된 안내서가 비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건물 구조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는데다 글자 크기가 작아 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인터뷰) 길라우메 라미 / 프랑스 관광객
"건축양식에 대해 많은 그림들이 있는데 너무 정보가 많아요. 만화처럼 그림이 많고 역사에 대한 간략한 정리와 뒷이야기가 많이 담겼으면 좋겠어요."

'로봇태권V' 작가로 유명한 김형배 화백은 덕수궁 관광책자를 100페이지 분량의 만화로 만들었습니다.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 고종이 외교 사절들과 커피를 마시던 정관헌 등이 모두 만화 속 한 장면이 됐습니다.

김 화백은 고궁의 건축과 역사에 대한 딱딱한 설명 대신 궁중생활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했습니다.

(인터뷰) 김형배 / 화백
"정관헌은 고종께서 휴식을 취하는 건물인데 그냥 보면 의미가 없는데 저는 만화를 통해서 커피와 고종의 암살사건이란 게 있습니다. 그것을 정관헌 건물과 이어서 만화적 설명을 했죠."

풍부한 '스토리 텔링'을 위해 일제시대를 거치며 사라진 건축물도 만화로 복원했습니다.

(인터뷰) 김형배 / 화백
"이 곳은 돈덕전이란 건물이 있던 곳인데 1908년 무렵에 일본이 대포를 가져와 고종황제에게 하야하라고 위협하던 곳입니다만 지금 건물을 없어졌지요. 근데 저는 만화에서 그 건물과 고종이 위협받는 장면을 그려냈습니다."

실존하는 건물을 그대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김 화백은 덕수궁 관련 문헌 수십 건을 수집했고 외국인의 궁금증을 알기 위해 외국 유학생들과 십여 차례 현장답사도 했습니다.

보기 쉬운 서울 가이드북을 만들자는 서울시의 의뢰를 받고 작업에 착수한 김 화백은 지난 3월 만화로 된 경복궁 가이드북을 냈고 이번이 그 후속편입니다.

김 화백은 전국에 있는 문화유산을 답사한 경험을 살려 만화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도 완성했습니다.

(인터뷰) 김형배 / 화백
"많이 잊혀지거나 혹은 알고도 무관심했던 것들이 만화로 생명력을 받고 살아나면 우리 문화재에 대한 생각이 더욱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하게 됐습니다."

올해 예순 두 살인 김 화백은 만화 인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팔만대장경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동아일보 신광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