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으로 펀드 투자를 하는 분들에게 투자 목적을 물어보면 노후대비라고 답하는 분들이 절반 가까이 됩니다. 그런데 말로는 노후대비 투자를 한다고 하면서도 최근 들어 그동안 적립해 온 펀드를 환매했거나 앞으로 원금만 회복되면 환매할 것이라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이분들의 환매 이유를 들어보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서 △주변에서 펀드를 많이 환매해서 △주식시장 전망이 밝지 않아서라는 답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판단을 내리게 된 정보는 주로 신문이나 뉴스, 친구, 직장 동료들로부터 얻는다고 합니다.
이분들이 펀드에 가입한 시기는 주로 2007년 가을 주가가 최고 수준일 때입니다. 당시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에 투자했다가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큰 손해를 보게 되자 놀란 나머지 환매를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분들이 노후대비 투자와 적립식 투자의 본질에 대해 좀 더 이해를 해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습니다.
보통 하나의 주식형 펀드는 50개 정도의 우량 주식에 분산 투자합니다. 펀드 가격은 그 안에 들어있는 50여 개 주식의 평균가격입니다. 따라서 주가가 상승할 때는 펀드 가격도 비싸질 것이기 때문에 일정 금액으로 살 수 있는 펀드 수량은 그만큼 적어집니다. 반면 주가가 폭락하면 기분은 나쁘겠지만 펀드가격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일정액으로 살 수 있는 펀드 수량은 그만큼 많아집니다. 이런 식으로 몇 년을 계속 투자해 나가면 펀드의 평균 매입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적립식 투자의 장점입니다.
중요한 것은 적립식 투자 원칙을 꾸준히 지켜 나가는 것입니다. 2008년 가을처럼 주가가 하루에 100포인트씩 폭락해 내일이라도 지구의 종말이 올 것 같은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그달의 펀드 불입금을 넣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또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있을 때는 회복될 때까지 2년, 3년 이상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있어야 합니다.
노후대비 적립식 투자의 성공열쇠는 단기주가를 예측하거나 남이 모르는 특별한 정보를 입수하는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수시로 변하는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분산투자의 원칙을 묵묵히 실천해 나가는 데 있습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