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포럼 발표… 시상식은 쫓기듯 후다닥
2009 젊은 건축가상 5개 수상작 중 하나인 김현진 SPLK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대구 동구 내동 K 씨 주택. 김 대표는 ‘건축적 성취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우나 건축가로서 사회적 책임의식이 뚜렷한 점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진행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여야 국회의원 2명이 참석한 사실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건축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놀랍게 커졌다”고 했다. 유 장관은 축사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관공서 등 국가가 짓는 건물은 한국 건축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제 발표에 나선 한종률 건축가협회 국제부회장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소규모 사무소와 젊은 건축가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공개 설계경기가 좀 더 체계화, 활성화돼야 한다”며 건축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럼 발제자로 연단에 나선 이들은 6개 건축단체가 최근 2년 동안 추진했던 통합 움직임의 경과 등을 설명했다. 유명한 외국 랜드마크 건축물 사례에 대한 프레젠테이션도 있었다. 논점이 불분명한 발표가 지루하게 이어지자 행사장 뒤편에 서 있던 진행 관계자가 결국 중단을 요구했다.
포럼에 비해 시상식은 거의 없다시피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수상자들이 우르르 불려 나가 상패를 받고 기념촬영을 하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상을 받은 젊은 건축가 5개 팀(6명)이 어떤 작업으로 왜 주목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끝내 들을 수 없었다. 수상 작품의 이미지와 간단한 설명을 담은 패널 5개가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못한 채 행사장 한쪽 벽에 일렬로 걸려 있을 뿐이었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HSBC 사옥의 멋진 슬라이드 사진을 함께 구경하는 포럼이 ‘건축문화 진흥’에 얼마나 보탬이 됐을지. 대학 교수 등 이미 안정적인 여건에서 활동하는 40대 초반의 건축가들에게 상을 주는 행사가 생계를 고민하는 이 땅의 수많은 ‘젊은 건축가’들에게 얼마나 격려가 됐을지. 찜찜한 의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