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 현장 다녀와 보니
(박제균 앵커) 두바이 정부는 지난달 25일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을 5월 말까지 연기해 줄 것을 채권단에 요청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해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등 경제 분야에 적잖은 충격이 있었습니다.
(장원재 기자) 네 저는, 지난 금요일이죠, 27일 두바이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비행기를 타고 바로 두바이로 날아갔습니다. 두바이에는 저 뿐 아니라 현지 상황을 취재하러 온 전 세계 언론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떠나기 전에는 엄청난 혼란을 예상했었는데요, 생각 외로 두바이는 차분했습니다. 이슬람 휴일과 건국기념일이 이어진 탓에 관공서와 공기업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쇼핑몰에는 휴일을 맞아 쇼핑을 즐기는 이들로 북적였습니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가 아랍에미리트 연방의 큰 형 격인 아부다비 정부의 지원으로 별 탈 없이 넘어갈 것으로 믿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박 앵커) 두바이가 빚을 못 갚겠다고 선언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장) 부동산 개발, 항만 운영 등의 사업을 하는 두바이월드는 연간 매출액이 140억 달러지만 부채는 590억 달러에 이릅니다. 한 마디로 돈을 빌려 사업을 지나치게 많이 벌인 것이죠.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빌린 돈을 못 갚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찾아갔을 때는 길거리에 '사무실 임대'를 써 붙인 빌딩이 자주 눈에 띄었고 공사가 중단된 현장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두바이월드의 채무는 두바이 전체 채무의 70%를 넘기 때문에 두바이월드가 파산하면 두바이 전체가 위험해지게 됩니다.
(김 앵커) 두바이월드가 파산할 가능성도 있습니까?
(박 앵커) 그럼 이제 두바이 신화가 끝났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장) 두바이는 10여 년 전부터 사막에 7성급 호텔,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 섬 팜 주메이라 등을 지으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일을 벌렸다는 것이죠.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떨어진 지금도 두바이 시내에서는 지어진 건물보다 짓고 있는 건물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꿈이 지나치게 컸다고 할까요? 두바이 정부는 17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인공 섬 팜 제벨알리 및 워터프런트와 1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팜 데이라를 동시에 짓고 있었는데요. 지금 두바이 인구가 165만 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얼마나 무리한 사업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가 보니 두 곳 모두 황량한 모습이더군요. 두바이 신화가 끝났다, 라고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사태로 외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이상 예전처럼 급속도로 성장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김 앵커) 한국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떻습니까?
(장) 한국 금융권에서 두바이월드에 빌려준 돈은 3200만 달러로 그리 많은 편이 아닙니다. 한국 건설사들도 최근 두바이의 신규 발주가 줄면서 이미 아부다비 등 인근 지역으로 사업기반을 옮긴 터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파급될 경우 이 지역에 진출한 회사들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같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경우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